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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그녀의 시간을, 파리의 까만 밤을… 무엇보다 빛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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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친구 그리고 가족… 오메가와 함께한 그녀의 20년

100년여 시간을 담은 'Her time' 전시

'완전한 완성'이라는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브랜드의 '얼굴'이자 '친구'이며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존재가 새롭게 브랜드 홍보대사가 된 자신의 자녀와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 그들의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역사를 완성한다. 최후, 최고의 완성도를 선사한다는 뜻에서 붙은 '오메가'라는 브랜드 이름처럼 오메가를 대표하는 수퍼모델 신디 크로퍼드와 그의 가족은 어떤 예술 작품 못지않은 자태를 뽐냈다. 오메가의 100년여 여성 시계 역사와 함께 한 'Her time'이란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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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사진가 피터 린 드버그가 찍은 공식 가족사진. 맨 왼쪽부터 카이아 거버, 랜디 거버, 신디 크로퍼드, 프레슬리 거버 / 오메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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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파리 시내 유서 깊은 공간인 쉴리 저택(Hotel de Sully)은 자연과 사람, 말마따나 신이 빚어놓은 '작품'과 시계와 건축, 즉 인간의 손이 만들어놓은 '명작'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1995년부터 오메가와 함께한 신디 크로퍼드는 이번 새롭게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 딸 카이아 거버와 아들 프레슬리 거버, 남편 랜디 거버와 함께 저택을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오메가와 함께한 여정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으며, 브랜드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패션 사진의 거장으로 알려진 피터 린드버그가 미국 말리부 해변에서 찍은 신디 크로퍼드의 가족사진이 공개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메가의 애슐리만 사장은 "풍부한 에너지와 영감으로 가득 찬 이들은 차세대 시계 팬을 대표한다"며 "세대를 이어 열정적인 가족과 함께해 자랑스럽다"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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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모스크바·상하이 그리고 시드니를 거친 'Her time' 전시는 오메가의 초기 모델인 레핀 펜던트(Lepine pendants)와 오메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레이디메틱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성 시계가 진화하는 스타일을 한눈에 선사했다. 오메가 여성 시계의 변화를 바라보는 건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는 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20세기, 여성들이 평등을 외치기 시작하면서 시계 분야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1902년 여성을 위한 오메가의 첫 손목시계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여성에게 '시간'을 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포켓 워치가 만들어진 적 있지만 시계가 손목에 올라온다는 건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여성들이 시계를 쳐다보는 것은 지루하거나 흥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해 무례하다고 간주됐다고 한다. 이에 착안해 오메가는 보석처럼 보이지만 안에 시계를 숨겨놓은 '시크릿 주얼리 워치'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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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 빌. 돔 형태의 화이트 머더오브펄 다이얼에 18K 골드 바늘을 갖추고 있다./ 2 컨스텔레이션. 다이아몬드 인덱스를 장착한 유백색 다이얼과 1960년대 일부 컨스텔레이션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실크 패브릭 패턴이 어우러졌다. / 3 스피드마스터. 38mm 컬렉션. 오메가의 유서 깊은 크로노그래프의 디자인의 심미적 요소를 결합했다. / 4 스피드마스터.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와 화이트 세라믹 눈금을 놓은 베젤을 갖추고 있다. / 5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1개의 다이아몬드 세팅 인덱스가 돋보이는 엄선된 화이트 자개 다이얼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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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20년대'라는 말까지 생겼듯 아르데코풍의 풍성하고 화려한 스타일과 짧은 스커트, 보브 스타일 헤어가 유행했던 시절 오메가는 그 반대로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 기존의 상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1894년에서부터 1935년까지 35% 이상의 오메가의 고급 무브먼트 제작이 여성 시계를 위해 이루어졌다. 여성을 위한 시장의 잠재성과 중요성을 이해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중 흥미 있는 건 1937년 제작된 오메가의 '메디쿠스(Medicus)'. 업무 강도가 높은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 초침을 지닌 오메가의 첫 손목시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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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리 저택 전시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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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time' 전시가 열린 파리의 쉴리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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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선보인 광고 문구를 보자. '인생의 모든 측면에서 여성은 남성만큼이나 활동적이고 바쁜 시간을 보낸다. 여성도 남성처럼 정확한 시계가 필요하다.' 여러 나라에서 여성에 대한 선거권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 시계를 통해 양성 평등을 부르짖으니 이 얼마나 진보적인가. 시계가 단지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라거나 '비싸기만 한 사치품'이라 비판했던 이들을 향한 오메가의 포효처럼 들린다.

이날 행사 MC로는 프랑스 여배우 폴린 르페브르가 함께했다. 그 외에도 수퍼모델 조안 스몰스, 프랑스 배우 에마 드 칸니스, 프랑스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 베티 오띠에 등 여러 게스트들이 참석해 파리의 까만 밤을 빛냈다.

[파리=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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