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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갈까 말까…트럼프 DMZ 방문 고민하는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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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워싱턴포스트> “방문 여부 아직 미정”

강경 메시지 또 내면 대결 심화 우려

대치 격화에 트럼프 경호 문제도 고려

“한국 정부도 군사 대치 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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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64돌을 맞은 7월27일 판문점에서 한국군과 북한군 병사들이 마주 서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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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8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여부를 놓고 백악관이 상충하는 고려 사항 때문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비무장지대는 로널드 레이건(재임 1981~89년) 때부터 방한한 미국 대통령이 단 한 명을 빼고는 방문한 곳이다. 그 하나의 예외인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 때 부통령 신분으로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까지 걸어갔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들 나라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클린턴의 경호원들은 몰래 소총을 소지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온 트럼프 대통령도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군 지휘관들과 함께 이곳을 들르는 것 자체가 미국의 결의를 과시하는 것이고, 발언을 내놓는 데도 최적의 장소라는 시각 때문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4월 방한 때 한미연합사령관 등과 함께 판문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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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방한 때 판문점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수행 장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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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신문은 일부 보좌진이 미국 대통령의 방문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북-미 간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 맨”이라고 조롱하고, 김 위원장은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응수하며 두 지도자의 개인적 감정 대립 또한 심각한 양상을 보여왔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변 안전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납북자 가족 면담이나 한국 국회 연설에서 대북 메시지를 낼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한 곳에 갈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전·현직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북한에 대해서든 미군이나 한국군에 대해서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는 비무장지대만한 곳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비무장지대는 증폭기 같은 역할을 한다”며, 비무장지대 초소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북한을 보다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에서 기존 화법대로 살벌한 언어를 구사한다면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아들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북한을 상대로 예방전쟁을 고려한다고까지 암시하는 상태에서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에 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지 한 달이 안 돼 비무장지대를 방문했을 때 연설 보좌관이 강한 메시지를 준비하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도발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남북 철도 연결과 북한의 개방을 촉구하는 수준에서 그쳤다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 정부 쪽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 방문으로 북한이 오판하고 군사적 대치가 격화되면 평창 겨울올림픽에 지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비무장지대 방문 여부에 대해 세부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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