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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의도 지하벙커·경희궁 방공호·신설동 유령역…역사속 비밀공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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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지하벙커 1970년대 조성..대통령 경호용 시설 추정

경희궁 방공호 일제말기 조성, 공습대비 콘크리트 3m 두께

1974년 건설한 신설동역, 노선변경 후 43년간 출입제한

예술품, 당시 사진 등 설치해 문화공간으로 조성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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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지하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등 그동안 굳게 닫혔던 서울시내 비밀 지하공간이 시민들 품으로 돌아간다.

서울시는 19일 “과거 필요에 의해 조성됐지만 지금은 방치된 지하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여의도 지하벙커와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등 세 곳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중 여의도 지하벙커는 이날 공식 개관을 하고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은 시범개방 후 내년부터 중장기 활용방안을 세울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재생을 통해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렵고 잊혀졌지만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게 됐다”며 “특히 여의도 지하벙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경희궁 방공호나 신설동 유령역 역시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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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조성한 여의도 지하벙커, 전시·문화공간으로 변신

연면적 871㎡(약 263평) 규모의 여의도 지하벙커는 최대한 원형 그대도 보존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지난 2015년 10월 시민들에게 공개한 후 사전 예약제로 임시 개방했다. 이후 시민의견을 수렴한 결과 63%가 열린 전시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의견을 제시해 시가 새 단장을 한 것.

이곳의 조성목적과 주체, 시기는 현재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공사 당시 발견한 여의도 지하벙커는 1970년대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소관부처와 관련 자료도 전혀 기록이 없는 상태였다”며 “다만 1976년 11월 사진엔 벙커지역에 공사 흔적이 없었지만 1977년 11월 항공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보여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19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여의도 지하벙커에는 당시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이 있다. 이곳에 있던 소파는 비슷하게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변기 등은 그대로 둔 상태다. 이외 내부 공간은 예술품을 설치하고 전시 등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벙커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는 50cm 코어 조각도 전시했다. 시는 “당시 벙커가 어떤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얼마나 치밀하고 틈 없이 만들어졌는지 코어 조각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견 당시 나온 열쇠박스도 복원·전시하고 전시장 안쪽에 있는 역사갤러리(VIP공간)는 최초 발견 당시로 복원한 상태로 유지했다. IFC몰 앞 보도에 출입구를 추가로 설치하고 보행약자를 위해 승강기도 새로이 설치하는 등 접근성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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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방공호·신설동 유령역 21일부터 공개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구석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설치된 경희궁 방공호도 시민 품으로 돌아간다.

1378㎡(약 416평) 규모의 10개의 작은방으로 이뤄진 경희궁 방공호는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성토 높이는 8.5m, 외벽은 약 3.0m 두께를 자랑한다. 지하 직선거리도 약 100m에 이른다.

시는 “이곳은 일제말기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을 갖춰 만든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침략과 아픈 과거의 역사뿐만 아니라 암울했던 당시의 상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식민지 말기 암울했던 당시 상황과 방공호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방공호 1층 천장에 3D(3차원)로 재현된 폭격기 영상과 서치라이트를 이용한 대공관제를 연출했다. 2만여 장의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으로 실시간 포토 모자이크 미디어아트를 재현했다. 2층 계단엔 방공호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지난 1974년 이후 43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신설동 유령역’도 공개한다.

서울시는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5호선(연희동∼종각∼동대문∼천호동)일부가 될 신설동역을 동시에 건설했지만 5호선 노선이 변경(왕십리∼청구∼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되면서 기능을 상실해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지도에도 등재하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다.

군자차량기지 완공 시점인 1977년 8월까지 차량 정비작업장으로 활용하다 현재는 1호선 동묘역 행 종료 후 군자차량기지 입고 열차가 통과하는 선로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가수의 뮤직비디오나 영화·드라마 등의 촬영장소로 활용할 뿐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은 사전신청을 통해 11월 26일까지만 주말에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두 곳에 대한 사전예약은 19일 오후 2시부터 내달 22일 오후 6시까지 ‘경희궁 방공호’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http://www.museum.seoul.kr), ‘신설동 유령역’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safe.seoul.go.kr)에서 각각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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