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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세월호 당일 VIP 행적 조사, 해수부가 제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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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朴 7시간 의혹’ 덮기 급급

특조위 구성에도 “종북 걸러야”

“세월호 야당 동조 단식 말려야

언론보도로 상황 악화 안돼”
한국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12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일보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2014-12-1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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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특조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적극 대응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청와대 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과 이에 동조하는 인사들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곧이어 단식 농성을 우롱하는 극우세력의 ‘폭식 투쟁’이 벌어졌다.

한국일보가 18일 입수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 따르면 2014년 8월 23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식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야당의원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는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단식은 말려야 할 일이지 부추겨서는 안됨”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실장은 ”단식을 부추기고 동조하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하며 언론도 과다한 보도로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며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과 윤두현 홍보수석에게 말했다. 같은 날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도 “자살방조죄. 단식 생명 위해 행위. 단식은 만류해야지 부추길 일 X.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라고 적혀 있다.

당시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과 관련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었다.
한국일보

2014년 9월 9일 보수성향 일간베스트 회원 등이 당시 단식투쟁하던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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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이 같은 논의가 있고 나서 닷새 후인 같은 달 28일 보수 성향의 ‘자유대학생연합’은 이른바 ‘폭식 투쟁’을 예고했다. 당일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하면서 계획도 취소돼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열흘 뒤 추석 연휴 첫날 유가족과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광화문 동조 단식을 우롱하며 그 옆에서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 500여명이 치킨 등을 먹었다. 보수 성향 단체들을 동원해 관제 시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실장 등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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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수석 비서관 회의 자료. 2017.10.18 박미소 인턴기자/2017-10-18(한국일보)/2017-10-18(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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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와대는 또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감추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2015년 10월 16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시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세월호 특조위 여당 추천인사인 이헌 부위원장이 역할 수행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업무 수행토록 독려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 전 실장의 지시는 이헌 부위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 참석해 “(당시) 정무수석과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7시간 행적’을 조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전 실장은 같은 해 11월 열린 두 차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에서 “세월호 특조위에서 ‘사고당일 VIP 행적’을 전원위원회에 조사안건으로 상정ㆍ채택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해수부가 책임지고 대응, 제어할 것”(2015년 11월 11일 실수비 결과)이라거나 “특조위가 청와대 대응 5개 사항(VIP 7시간 행적 포함 논란)을 조사하는 내용의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일탈ㆍ월권행위”라며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조치 취할 것”(11월 23일 실수비 결과)이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측은 특조위 인적 구성도 사전 검열했다. 2015년 7월 1일 실수비 결과 보고서에는 “특조위에서 별정직 공무원들을 공모하고 있는데, 이념 편향성 인사들의 신청이 많다고 함. 향후 특조위 조사활동이 종북 활동에 이용되지 않도록 인력충원이 매우 중요한 만큼 신원 조회과정에서 이들을 잘 걸러내도록 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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