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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덕기자 덕질기 2] ‘주말막장’의 잇템, 관리기와 예초기 그리고… / 박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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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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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방송에디터석 기자


주말농장이 커지면서 할 일도 덩달아 늘었다. 2평 텃밭 시절엔 삽질보다 벗들과 술잔 기울이는 시간이 길었다. ‘주막농장’의 농땡이 도시농부들이었다. 100평 농장에서는 일이 힘들어서 막걸리를 찾았다. 다들 ‘주말막장’이라고 투덜거렸다.

3월 초, 밭에 쥐불을 놓는 일로 1년 농사를 시작했다. 잡초 씨를 태우고, 월동한 해충 알도 태우니 제초 효과에 방제 효과는 덤이라고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원하게 불을 놓으니 속이 후련했다. ‘도시 대농’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며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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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농부가 지난 4월 중순 경기도 고양시 선유동 선유아리농장에서 밭에 돌을 골라 손수레로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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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가 끝난 밭은 본격적으로 땀과 노동을 요구했다. 3월 말, 밭갈이가 시작되면서 곡소리가 났다. 주말농장으로 내놓기 전 낚시터를 했고, 소나무 묘목을 심었던 땅이었다. 공동밭으로 배정받은 132㎡(40평)는 말 그대로 자갈밭이었다. 주말마다 집합을 걸어 울력을 벌였다. 작업반장으로 추대를 받은 이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2인1조로 나눠 쇠스랑으로 땅을 파고, 돌을 골라 손수레에 실어 밭귀에 쌓았다. 3주 동안 쌓은 돌이 무덤처럼 봉긋했다. 누구는 나를 “지주의 사주를 받은 악덕 마름”이라고 했고, “21세기에 무슨 천리마운동이냐”며 이죽거렸다. 고된 일 뒤에 막걸리는 더욱 달았다. 소작들의 쟁의는 막걸리 덕에 봉기를 겨우 면했다.

개인 밭으로 나눈 198㎡(60평)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작들은 “이 정도 규모면 기계화가 시급하다”며 삽질을 거부했다. 농업기술센터에 관리기를 알아봤다. 10만원짜리 농기계보험을 들어야 하고, 일일 사용료 5만원은 별도라고 했다. 임대료 30만원 땅을 15만원 주고 갈아야 하는 꼴, 수지가 맞지 않았다. 다행히 이웃 농장에서 관리기를 빌릴 수 있었다. 주말 내내 삽질을 해도 어림없는 일을 관리기는 반나절 만에 뚝딱 해치웠다. 기계 맛을 들인 소작들은 “중고 관리기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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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기자가 지난 7월29일 경기도 고양시 선유동 선유아리농장에서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다. 사진 백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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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 작업은 밭갈이와 함께 주말농장의 2대 난제였다. 장마철이 지나면 풀은 밭도, 길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우거졌다. 고물상에 가기 일보직전이었던 농장 예초기는 올여름 결국 명을 다했다. 농장 ‘밴드’에서 옥신각신 끝에 새것을 샀다. 조용한 엔진 소리며 풀을 베는 솜씨가 깔끔했다. 농장 식구들은 “트럭 몰다가 벤츠 모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올해 자갈 고른 공동밭에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를 심었다. 불행하게도 작황이 형편없었다. ‘주말막장 시즌2’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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