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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CEO 인사이트] 더크 알본 HTT 창업자의 거대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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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7일 오후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는 세계지식포럼 '5G가 바꿀 교통혁명의 미래' 세션이 열렸다. 수백 명의 청중이 모인 이 자리에서 귀를 솔깃하게 만든 발언이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의 더크 알본 창업자 입에서 나왔다. "우리는 오직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으며 엔지니어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현재 6만명의 회원과 800명의 팀원, 100여 명의 엔지니어가 하이퍼루프 사업에 참여한다. 이미 기술은 있다. 안전에 관한 법이 마련되기만 하면 3년 안에 운행이 가능하다."

하이퍼루프는 2013년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처음 아이디어를 낸 차세대 운송수단이다. 도로를 진공관으로 연결해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과 화물을 실은 캡슐이 달리게 하는 원리다. 시속 1200㎞ 속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5분이면 주파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운임과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낮춰 말 그대로 '운송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알본 창업자는 2013년 HTT를 세워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한국형 하이퍼루프 개발을 위해서다.

물론 알본 창업자의 낙관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철도 콘퍼런스'에서도 회의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실체는 없고 마케팅만 있다. 내부 객실이 협소하며 화장실도 없다. 현재 기술로는 안전성 평가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한 알본 창업자의 답변은 이렇다. "4년간 연구를 진행했고, 이미 진공관을 스페인에서 만들고 있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철도와 지하철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데 하이퍼루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의 다양한 경력을 감안하면 이런 확신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투자 전문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대체에너지 회사 등 여러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그중 일부를 다국적기업에 매각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예비 창업자를 위한 활동을 했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점프스타트펀드'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다음과 같은 중국 속담을 소개하며 세계지식포럼 강연을 끝냈다. "(혁신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사람을 막아서는 안 된다." '크라우드 소싱을 통한 운송 혁명'을 외치는 그의 거대한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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