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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세계지식포럼 참관기] 한국경제의 번영, 미래·글로벌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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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제18회 세계지식포럼이 열리고 있다. 어느덧 성년이 되어가는 연륜이다.

우리는 지식의 절반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식의 반감기'가 불과 10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컴퓨터공학이나 바이오과학 분야는 5년도 되지 못한다는 분석마저도 있다. 새로운 지식 없이 어제 했던 일을 반복하면서는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 없으며,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아직도 유효한지를 계속 확인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형국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계의 권위를 지닌 지도자와 전문가들이 100여 개가 넘는 세션에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는 연사로서 초청되었고, 3500여 명의 청중이 지식의 수혜자로 참석하고 있는 것이 세계지식포럼이다.

올해 포럼이 선택한 화두가 예사롭지 않다. 과거와 현재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번영'이란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 우선 눈길을 확 끈다. 우리는 현실에서 왜 미래를 화두로 삼지 못하는가?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지식과 비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지식포럼이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 어떤 모습의 내일을 만들어 갈 것인지?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쩌면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새로운 번영이라는 주제 앞에 '변곡점'이라는 학술적인 생경한 단어가 추가되어 있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단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번영을 이룩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종을 사회에 울리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수년 전부터 세계지식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이미 예견하였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데이터 등 최근 제기되는 지식의 변화에 대하여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이에 더하여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의학 등 모든 분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영향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변화는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어떤 이슈가 제기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오히려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올해의 포럼은 한마디로 '미래와 글로벌'이라는 두 전략에서 벗어나서는 우리 경제가 번영을 이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본다. 세계지식포럼은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선진국 진입의 조건은 지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활용할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다. 물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이를 꿰는 것은 참관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지식은 힘이다"라는 베이컨의 말이 지난 400여 년 이상 우리 곁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도 본다.

세계지식포럼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 권위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러한 발전은 주최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참석자의 적극적 호응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고, 또한 필자가 과거부터 이번까지 연사로 참여했던 대부분의 세션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청중으로부터의 질의가 외국인 위주인 현상은 이제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 어찌 보면, 연사도 참석자들로부터 배우고 가는 기회가 되어야 포럼이 더욱 융성할 수 있을 것이며, 연사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킹을 구성·운영하는 것도 포럼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부 연사들과의 개별적 만남에서 발견한 것은 이와 같은 세계적인 지적 향연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한 민간외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최근 북핵 위협 때문에 한반도의 안정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사회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만방에 알린 포럼의 공공성 효과가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중수 한림대 총장·전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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