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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고]스마트시티의 양 날개, 첨단 기술과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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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음성 인식으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다니고, 작은 곤충 모양의 군집 로봇이 네트워킹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디바이스 없이 동작으로 컴퓨터를 다루는 세상.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54년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가 개봉된 15년 전에는 상상 속 도시 모습이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첨단 기술의 눈부신 혁신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실제 생활이다.

세계 최초의 도시로 알려진 우루크가 기원전 4500년께 건설된 이래 도시는 사회 발전과 인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세계 주요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에너지 과다 소비, 환경 오염, 교통 체증, 범죄 등 도시화에 따른 문제점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엔이 올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현재 76억명에서 2050년 98억명으로 급증이 예상된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도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도시화로 인한 문제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도시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괄목할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바로 '스마트시티' 건설이다. 스마트시티는 ICT,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 시스템과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플랫폼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도시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많은 기업과 연구자가 스마트시티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돼 최적의 네트워킹을 통해 기존 도시에 소요되던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인 마스다르는 다른 도시와 비교, 50% 이하의 에너지와 물을 사용한다. 미국 신시내티는 쓰레기 배출 시스템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 배출량을 17% 감소시켰다.

둘째 리서치&마켓이 올해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스마트시티 시장으로, 2020년 연간 178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시장은 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등 첨단 기술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스마트시티는 기존 도시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마다 차별화된 데이터를 수집해 플랫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교통·에너지·환경 문제에다 나아가 인력 관리, 안전, 헬스케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마트시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IoT, 네트워크, 스마트그리드, 자율 주행 기술 등 첨단 기술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술 간 상호 운용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플랫폼 기반 서비스인 스마트시티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스마트시티의 첨단 기술을 연결해 주는 기준이 '표준'이다. 이에 따라서 표준에 준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마티시티 시장에서 채택될 수가 없다.

프란스 프레스비크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도 지난 4월 국내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 공동 포럼 기조연설에서 “스마트 시대는 표준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IEC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분야의 표준 제공과 스마트시티 등 대표 사례의 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국제표준화기구들도 올해 47번째 세계 표준의 날(10월 19일)을 맞아 '표준으로 더 스마트화된 도시(Standards make cities smarter)'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도시 개발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건설에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의 관련 표준 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때 표준 없는 기술 개발만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제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가 보유한 첨단 기술과 표준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펼쳐서 세계를 무대로 높이 비상하는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inhojj@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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