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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고]416 생명안전공원, ‘빅 픽처’를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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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기억교실에서, 희생 학생의 책상에 추모객이 두고 간 초콜릿을 재학생 후배가 먹어버렸다. 교사는 이 사실을 유가족에게 알리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한 유가족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긴요. 오히려 고맙죠.”

경향신문

그 엄마는 기억교실이 엄숙한 곳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후배들이 먼저 간 선배들을 찾아와 과자도 먹고 노는 곳이기를 바랐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만들자고 하는 416 생명안전공원도 그와 같다. 그동안 슬퍼하고 힘들어했던 안산 시민들에게는 휴식과 회복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월호 이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자고 그토록 다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우리가 품어야만 하는 안산의 희생자들, 희생자 가족들이 있다. 즉 우리에겐 슬픔 대신 웃음이 있는 공간, 별이 된 아이들과 가족을 우리 안에 품는 공간, 동시에 안전 사회를 향한 다짐을 확인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416 생명안전공원이다.

416 생명안전공원의 형태와 부지를 정하기 위하여 안산시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다섯 차례의 주민 경청회와 두 차례의 시민 토론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화랑유원지 내 미조성부지를 봉안시설이 포함된 공원의 최적격 후보지로 제시했다. 화랑유원지는 희생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라는 상징성, 시민들의 접근 용이성, 별도로 부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고 부지 규모도 넉넉하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지들보다 조건이 뛰어나다.

어떻게 납골당을 시민의 휴식 공간인 화랑유원지에 들이느냐며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다. 봉안시설은 음울하고 칙칙한 곳이라는 통념에 비춰 볼 때 반대 입장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유가족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공원의 모습은 그런 통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공원에는 숲, 정원, 복합문화시설이 어우러지고, 봉안시설은 공원의 작은 일부에 그것도 지하에 자리 잡는다. 희생 학생들이 놀던 장소에 청소년의 공연장과 시민의 쉼터가 조성된다. 세계에서 유일한 ‘생명안전공원’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또 해외에서 사람들이 올 것이다. 봉안시설은 음울한 시설이기는커녕, 공원의 의미를 빛내주고 별이 된 아이들과 유가족을 품어 안는 안산 시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공원이 안산에 가져올 ‘생명안전 도시’라는 브랜드 가치와 경제적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원 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민 경청회와 시민 토론회 등 공론의 장이 여러 차례 열렸고, 이 과정에서 공원에 대한 오해를 풀거나 우려에서 지지로 돌아선 시민도 많다.

새 정부 들어 안산을 생명안전 도시로 만들자는 논의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유가족과 안산 시민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안산시와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416 생명안전공원과 함께 안산을 생명안전 도시로 바꾸는 데 필요한 일들, 예를 들면 트라우마 전문병원이나 정부 생명안전 부처의 안산 유치도 제안할 만하다. 안산의 ‘빅 픽처’를 그리자는 이야기다. 안산이 세월호의 슬픔을 딛고 희망의 도시로 나아갈 것인가,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오준호 | 안산 시민·<세월호를 기록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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