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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헌재소장 임명… 청·여·야, 아전인수식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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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체제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이 이의와 우려를 제기하며 청와대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라 여야 간 공방전이 전개됐다.

청와대는 17일 “헌재와 입장차가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또 “국회 정쟁과 무관하게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해소해 달라는 요청을 국회에 드리며 공석인 헌법재판관 인선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에 대한 입법 미비를 들어 다시 공을 국회로 넘기려고 한 것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헌법재판관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고 헌법재판소장 임기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면 신임 헌재소장으로서 새로 6년의 임기가 시작된다는 해석과 기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해석이 충돌된다.

세계일보

출근하는 金 대행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는데 1안은 헌법재판관 1인을 지명하고 그분을 소장으로 지명하는 것, 2안은 헌법재판관 1인을 임명해 정원인 9명을 채운 후 그분들 중 1인명을 지명하는 것, 모두 합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재판관 8명 중 5명의 잔여 임기가 내년 9월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임 헌재소장 임기 문제가 정리 안 되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속히 (헌재소장 및 헌법재판관) 임명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한다”고 강조한 전날 헌재의 입장문 맥락상 이 같은 청와대 해석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헌법재판관 전원 동의로 이 같은 입장이 나온 만큼 이전 헌법재판관들의 찬성 의견을 근거로 한 청와대의 권한대행체제 유지 결정은 그 기반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에선 헌재와 청와대 간 소통에 혼선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18일 권한대행체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식 헌재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임시로 김이수 재판관이 대행을 맡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는데 청와대가 이를 너무 확대해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소장 임명 관련한 여론이 있고 그런 입장문이 나와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분과 관련해 청와대 내에서 논의를 거쳐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1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이 문제를 놓고 별도로 토론하는 자리를 갖고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이날도 헌재 재판관 입장 표명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공방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헌재소장 임기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 논의를 야당에 제안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 재판관 전원이 소장과 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을 요청한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도 공석 중인 헌재 재판관 1인의 추천을 조속히 서둘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 표명은 청와대의 김이수 대행체제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고 새 헌재소장 임명을 압박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헌재가 입장을 취한 것은 꼼수적인 권한대행체제 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정부의 입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청와대가 김이수 체제를 내년까지 끌고 가는 것에 대해 헌재가 동의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청와대의 사과를 촉구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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