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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법 고쳐야 헌재소장 임명" 국회로 공 떠넘긴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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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대행 논란과 관련해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 주길 바란다"며 국회로 다시 공을 넘겼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전날 헌재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김이수 소장 대행 체제에 헌재 재판관들이 동의했다"는 청와대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선 가운데 청와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셈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행 헌법에 '헌법 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헌재소장은 대법원장(6년)과 달리 헌법이나 법률에 특별한 임기가 없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헌재소장 임기도 6년으로 한다'는 개헌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 한 김이수 소장 대행 체제를 탈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내년 개헌안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국회에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측이 이날 헌재 측 반발에도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의 선결 조건으로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내세웠지만 헌재 측과의 정면 대결로 비치는 것은 경계했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김이수 소장 대행 체제를 무조건 내년 9월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이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와 헌재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고 9인 체제가 되면 당연히 재판관 중 소장을 지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임기를 6년으로 확실히 하는 법 개정 없이는 당분간 현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현재 헌법에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헌재소장의 임기 규정은 없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어 재판관 중 소장이 임명되면 잔여 임기만 하게 되는지, 새로 6년의 임기를 부여받는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내년 9월 김이수 권한대행 등 5명의 재판관이 일시에 퇴임하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임기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이 논란은 추후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측 생각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고 현재 국회에도 소장 임기를 6년으로 명문화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두 건(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계류돼 있다. 하지만 헌재 내부는 물론 법조계, 국회 등에서는 여야가 합의해 헌재법 개정을 통해 소장 임기를 규정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즉 입법이 아닌 개헌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과 약 한 달 전 국회에서도 헌재소장 임기를 개헌 사안으로 다루자고 여야는 사실상 합의했다. 소장 임기 관련 법안을 다룬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6년의 임기 사항들을 헌법에서 규정해야 된다고 하는 말씀들이 있으니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지켜보자"고 말한다. 이어 법안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금 당장 시급하고 시의성도 있지만 (임기) 규정의 성격은 헌법 결단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라 법률로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오 의원이 "'소장의 임기 규정은 꼭 개헌특위에서 논의해서 반영돼야 된다'고 의견을 제출하자"고 하자,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안 그래도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당연하다는 듯 답한다. 헌재 내부에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를 개헌 사항으로 논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국회 입법을 전제로 한 조속한 소장 임명이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 헌재의 공식 입장을 한 차례 밝힌 만큼 당분간 추가 입장 발표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수현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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