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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도끼·EMP 충격기·샤넬가방…국감 ‘잇템’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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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⑥

국정감사장에 등장한 이색 소품



한겨레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태양광 패널을 가져와 패널을 닦는데 쓰는 세척제의 유해성분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위)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생존배낭을 들어 보이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아래).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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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에서 자주 쓰는 속어 중에 ‘아이템빨’이란 말이 있습니다. 비싸고 좋은 아이템을 보유한 사람이 게임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죠. 이 속어는 ‘육아는 아이템빨’, ‘살림은 아이템빨’, ‘골프는 아이템빨’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됩니다. 2주차로 접어든 국정감사도 ‘아이템빨’이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소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EMP(전자기펄스) 충격기, 도끼, 태양광 패널 등 이례적인 소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의원들이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보다 쉽게 질의를 하려는 목적으로 국감장에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색 소품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어, 준비해온 국감 자료를 홍보하려는 의도도 깔려있습니다. 국감을 희화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때로는 눈에 띄는 시각물 하나가 수십장의 자료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의원들의 ‘소품 경쟁’은 매년 국감에서 일상화되는 추세입니다. 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의원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잇 아이템(it item·누구나 갖고 싶은 아이템)’은 무엇일까요?

■ 소방청 국감장에 등장한 ‘금도끼와 은도끼’

“대원들 모두 가지고 있는 소방용 만능도끼는 11만원짜리 쇠도끼입니다. 금도끼가 아닙니다.”(이용호 국민의당 의원)

16일 경기도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단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도끼를 꺼내 들었습니다. 소방관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만능도끼였습니다. 이는 소방청이 실구매가보다 비싸게 장비를 구입한다는 지적을 위해 꺼내든 ‘아이템’이었습니다. 이 의원이 소방청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119구조본부가 구입한 필수장비 실구매가가 시중가보다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소방관서에서 사용하는 만능도끼의 경우 시중가가 11만1000원이었지만 구조본부는 23만9000원에 샀다고 하네요.

조종묵 소방청장이 “관세와 부가세가 붙어 가격이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은 “통일된 장비구매 기준이 없어 담당자가 알아본 가격으로 예산액을 결정한다. 통일된 장비구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방청 국감이다 보니 ‘소화기’도 당연히 등장했습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체 유해성이 적지 않은 ‘할로겐 화합물(HCFC-123) 소화기’가 시중에서 ‘청정소화기'로 둔갑해 판매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해당 소화기를 직접 가져와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 수제 이엠피(EMP) 충격기, 몰카…실험장으로 바뀐 국감장

“저희 의원실에서 추석 때 이걸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

송 의원은 무엇을 만들었을까요? 바로 이엠피 충격기였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송 의원은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 이엠피 충격기로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는 것을 직접 선보였습니다. 송 의원이 손바닥 크기의 이엠피 충격기를 스마트폰에 대고 작동시키자 ‘따다닥’소리가 나고 20여초 뒤 스마트폰의 화면이 하얗게 변하며 먹통이 됐습니다. 케이티(KT) 상무 출신인 송 의원이 북한의 이엠피 공격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비를 촉구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벤트’였습니다. 이엠피 충격기는 의원실 보좌진들이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는 제조법을 참조해 손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송 의원은 “이걸 출력을 높이지 못한 이유가 출력을 조금 높이면 이 방에 있는 휴대폰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엠피의 위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도 ‘실험장’이 됐습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장 모니터에 동영상을 띄우자 답변석에 앉은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해 행안위 위원들의 모습이 떴습니다. 유재중 행정안전위원장 책상 위에 둔 탁상시계가 몰래카메라였던 것입니다. 진 의원은 “몰카의 가장 큰 위험은 자신이 몰카 대상이 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몰카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했습니다.

■ 눈 깜빡하니…태양광 발전소, 전쟁터, 짝퉁 매장으로 바뀐 국감장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장에 들고 온 것은 폐 태양광 패널과 세척제였습니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에 발생하는 중금속과 세척제의 유해성 우려 등을 지적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최 의원은 직접 세척제를 태양광 패널에 뿌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함유된 태양광 패널 폐기 처리 대책이 미흡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를 질타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한 최 의원의 ‘노림수’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심합니다. 지금. 대피 훈련도 안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이런 생존 배낭을 구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외교부 국감 때 ‘생존가방’을 들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몰아붙였습니다. 윤 의원이 국감장에 들고나온 생존 배낭은 인터넷에서 25만40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방독면, 랜턴과 부싯돌, 휴대용 개인 정수기, 담요와 비상식량, 구급함 등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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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1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 ‘짝퉁’ 명품가방을 들고 질의를 하고 있다.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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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에르메스…이건 샤넬…”

13일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 ‘짝퉁’ 명품가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의원이 구수한(?) 말투로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언급하며 가방을 들고 질의하는 모습에 국감장에 있는 사람들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짜 명품백을 구입했다며 30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짜제품은 145만원에, 350만원짜리 샤넬 가짜제품은 35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짝퉁 제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려 한 것입니다. 이 의원은 “이런 제품들이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수입된 것인지도 구별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옆자리에 앉은 같은 당 김수민 의원을 향해 가져온 가방들을 가리키며 “이거 우리 김 의원님 시집갈 때 하나씩 준비해가면 되겠다”며 자칫 ‘위험한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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