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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황병일 수면칼럼 -열심히 공부한 학생 시험 폭망, 수면부족이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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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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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험으로 수 년간 공부에 매달린 노력을 평가 받는다. 안타깝게도 뾰족한 다른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입시전형은 손질을 거듭했다. 그 결과 좋게 얘기하면 정밀해졌고, 쉽게 얘기하면 복잡해졌다. 학력고사 한 번 보고 내신 15등급으로 지원했던 예전 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학생이나 학부모나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10대 청소년 수면부족은 뇌에 미치는 영향이 어른에 비해 심각하게 나타난다.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뇌의 능력을 감소시키며 우울증을 비롯하여 남을 공격하는 등 폭력성이 현격히 올라간다는 연구 발표가 있다.

시험을 앞둔 아이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간 공부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어떤 문제가 나올까, 시험을 망치면 어쩌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고 시험장에 들어간다. 너무 긴장하고 잠을 못 잔 탓에 분별력이 떨어진 아이를 상상해 보자. 그 결과 아는 문제도 틀리고 계속해서 초조하게 시험을 치른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요즘 말로 시험에 폭망, 쫄망하게 된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공부가 일순간에 망치게 된다. 멘탈 붕괴와 컨디션 난조가 불러온 낭패다. 필자도 동일한 경험을 했다. 일본 문부성 장학생 시험을 보기 위해 1년 동안 집중해서 공부했었다. 잠을 줄여가며 학원 다니고 자습하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떨어질새 없이 늘 책을 붙들고 다녔다.

그런 노력 덕분에 남들이 2~3년 배워야 할 내용을 1년 만에 마스터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다. 그런데 문제는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이상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체력을 돌보지 않고 집중했던 공부가 몸을 상하게 했고, 쉼 없이 공부한 탓에 긴장지수가 엄청나게 올라가게 만들었다. 합격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주변의 시선 등이 몹시 괴롭혔다. 시험 1주일 앞두고 심각한 정도가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젊은 혈기로 버텨왔는데 둑이 무너질 직전까지 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시험은 망쳤고 유학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체력과 멘탈, 휴식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다. 균형과 조화를 맞추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귀 이명으로 괴로웠고 어지러움과 식욕이 떨어지는 등 오랜 시간 후유증을 감당해야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내 몸을 과신하고 방전시키는 행동을 하는지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리한 생활을 최대한 자제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능 시험 때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망쳤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수험생이나 학부모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모두가 받아드리기 힘들다.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실력을 발휘하는데, 일정한 패턴의 잠과 휴식을 대체할 만한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대답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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