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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노벨물리학상 ‘중력파’의 저력...중성자별 충돌 증거 세계 최초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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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 38명을 포함한 3500여명의 국제공동연구진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천체 현상인 중성자별 충돌을 중력파와 감마선, X선, 가시광선 등으로 동시 포착해 이론으로만 알려졌던 중성자별 충돌 증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과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지난 8월 17일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이하 라이고, LIGO)’ 국제 과학협력단이 중성자별 충돌에 의한 중력파를 첫 관측한 데 이어 감마선과 X선, 가시광선으로도 이번 중력파를 유발한 천체 현상을 포착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론적으로 예측됐던 중성자별 충돌 증거인 ‘킬로노바’ 현상을 규명한 것이다.

중력파와 다양한 전자기파 동시 관측으로 중성자별 충돌에 대한 천문학 난제를 단숨에 해결한 연구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천체 현상을 관측하는 데 활용된 광학과 전파에 중력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른바 ‘다중신호 천문학 관측’이 실제로 구현됐다. 우주론, 중력, 밀집천체 등 천체물리학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도 중력파 연구자들이었다.

◆ 중성자별 충돌 증거 최초 규명...“다중신호 천문학 시발점”

현대 과학에서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론은 ‘블랙홀’과 ‘빅뱅 이론’이다. 하나의 점에 불과했던 태초의 티끌이 대폭발을 일으켜 팽창했다는 가설이다. 이러한 우주 팽창의 비밀을 알려주는 열쇠 중 하나가 초신성이다.

조선비즈

이번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시간별로 요약한 그림. 국내연구진은 중력파 신호 검출과 가시광선 신호 추적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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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폭발하면서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이른 별을 말한다. 초신성의 중심핵이 붕괴할 때 밀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 별 전체가 중성자로 이뤄진 중성자별이 된다. 지름이 약 2km에 불과한 중성자별의 질량은 태양의 2배에 달할 정도다.

라이고협력단은 지난 8월 17일 처음으로 중성자별 충돌에 의한 중력파 현상 ‘GW170817’을 관측했다. 중력파 관측 2초 뒤에는 2초간의 짧은 감마선 폭발 현상이 포착됐고 약 11시간 후에는 GW170817에 대응하는 천체가 가시광선으로 발견되면서 GW170817이 발생한 위치가 정확히 결정됐다.

임명신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장이 이끄는 광학 연구진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을 이용해 중력파 검출시각 약 21시간 후부터 GW170817의 가시광선 추적관측을 시작했다. KMTNet은 칠레와 남아공, 호주 등 남반구 3개 국가 관측소에 설치돼 우리은하 중심부를 24시간 연속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미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의 X선, 국내 가시광선, 중성자별 충돌에 의한 감마선 폭발 등을 종합해 중성자별 충돌 증거로 예측됐던 ‘킬로노바’ 현상을 규명할 수 있었다. 중력파를 통해 GW170817이 중성자별 수준 질량의 천체 충돌임을 확인했고 중성자별 충돌 결과로 예측됐던 킬로노바 현상과 특이한 감마선 폭발 현상을 전자기파 신호 관측으로 확인하면서 중성자별 충돌 현상 관측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임명신 서울대 교수는 “킬로노바 현상은 중성자별이 충돌할 경우 상당 부분의 에너지가 주변 무거운 물질들과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내는 현상으로 중성자별 충돌 증거로 예측됐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킬로노바 현상을 규명할 수 있었다”며 “중력파 관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중력파가 기존 천체 관측 수단과 합쳐지면서 이뤄낸 결과”라고 밝혔다.

◆ 전세계 3500명 과학자 협력 연구...국내 과학자 38명 참여

이번 연구는 중력파, 감마선, X-선, 가시광선, 적외선, 뉴트리노 입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를 연구하는 세계 45개국 900여 기관 소속 50여 개 연구 그룹, 총 3500여 명 과학자들의 협력 연구로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한국중력파협력연구단 14명(책임자 이형목 서울대 교수), 한국천문연구원 KMTNet 운영팀 8명(책임자 이충욱 박사), 서울대학교 초기우주천체연구단 6명(단장 임명신 교수), 성균관대학교 우주과학연구소 3명(소장 박일흥 교수) 등 총 38명의 국내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7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천문학 및 물리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인 ‘피지컬리뷰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킬로노바 현상의 특성을 밝힌 네이처 게재 논문과 중력파 GW170817이 발생한 곳의 은하 특성을 분석한 천체물리학저널 게재 논문에서 국내 연구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이끄는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천문학 난제였던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이번 연구로 단숨에 규명한 것처럼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를 통해 우주론, 중력, 밀집천체 등 천체물리학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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