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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대만, 영어공용화 추진…中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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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치권이 영어 공용화 문제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영어 교육 강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중국 대륙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 추구 의도가 바닥에 깔렸다는 게 반대 진영의 주장이다. 특히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대만 독립 움직임에 거듭 경고를 보내고 있어 영어 공용화 이슈가 차이잉원 정부와 친중 야당 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집권 민진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최근 국제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영어의 제2공용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고, 우리나라 총리 격인 행정원장은 교육부 산하에 영어 공용화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야당인 국민당과 친중 매체들은 '대륙으로부터의 문화 독립' '탈중국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중 성향 대만중시보는 15일 교육전문가를 인용해 "전 세계가 중국어를 배우려 혈안인데 대만은 영어를 공용화하겠다니, 도대체 정부가 어디로 가려는 거냐"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집권 민진당 측은 대만의 영어 교육 수준이 국제화에 뒤처진다며 정치적 해석을 반박했다. 응시생의 토익 성적을 놓고 볼 때 한국이 평균 679점, 중국 대륙이 586점인 데 반해 대만은 534점에 불과하다는 것.

판원중 대만 교육부 장관도 야당의 공세에 "제2공용어로 지정할지는 좀 더 고려해볼 것"이라면서도 "영어 교육 확대를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대륙과 대만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명나라 시절부터 내려온 번자체를 사용하는 반면, 중국은 마오쩌둥의 신중국 건국 이후 전국적으로 간자체로 통일했다. 언어 역시 대만은 남방계 민난어와 커자어가 주로 쓰이지만, 중국 대륙은 베이징의 보통화를 표준어로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대만 기업인과 대학생은 중국 보통화와 간자체를 따로 배우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가 중국 대륙과의 문자 통일이 아닌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차이잉원 정부는 중국으로의 흡수통일에 반대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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