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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통상임금 판결 또 '오락가락'···법제화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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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은?


대법원 "명절 상여금, 통상임금서 제외" 경제계쪽 손 들어줘

고정성 결여가 판단 근거···국회에서 '고정성' 놓고 의견 갈려
고용부, 계류안 중심 다각도 협의···올해안 국회 통과는 힘들듯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명절에 주어지는 상여금 등 노사 갈등의 소지가 있는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법원이 사안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으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추진중인 법제화에도 법원의 판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제화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통상임금 범위 문제는 여야간, 노사간 입장차가 커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엘리베이터 설치업체 직원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짝수 달과 명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다시 지급하라"고 낸 소송과 관련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짝수달과 명절에 일괄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엘리베이터 회사 T사는 노사가 2012년부터 협약을 맺고 근로자들에게 매년 짝수달과 설, 추석 등 8회에 걸쳐 기본급과 수당의 100%씩을 상여금으로 지급해 왔다.

김씨는 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 연장근로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장근로 등은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돼 있다. 통상임금 범위를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가산임금 규모가 달라진다.

1·2심 재판부는 회사의 통상임금 산정이 잘못됐다며 김씨에게 535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지만 대법원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려면 일률성, 정기성, 고정성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번 사례의 경우 '고정성'이 충족하지 않았다며 다른 판결을 냈다.

회사가 명절 휴가비를 특정시점, 즉 명절에 재직한 근로자에 한해 지급하고 있어 통상임금의 전제가 되는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재판에서는 법원이 근로자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인정했다.

이처럼 비슷한 사안을 놓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통상임금에 관한 정의 규정은 없다. 다만 시행령을 통해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한 시간급금액, 일급금액, 주급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행정규칙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법제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등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계류중이다.

이 의원의 발의안에는 "통상임금의 개념을 소정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모든 금품으로 정의하고 정의규정을 보완해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 해당됨을 원칙으로 명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통상임금 정의를 '임금으로서 그 명칭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신설하고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 또는 업적, 성과, 그 밖에 추가적인 조건 등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돼 있다.

두 법안은 정기적·일률적 성격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고정성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이 의원 안은 '정기적·일률적에만 충족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면 김 의원 안은 '추가적인 조건 등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고정성까지 갖추도록 했다.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정부 여당과 경제계가 큰 시각 차이를 보이면서 법안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경제계는 고정성이 낮은 성과급이나 복리후생비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대법원이 경제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법제화에 대한 갈등의 여지는 다시 커진 셈이다.

고용노동부도 통상임금 법제화를 위해 현재 계류중인 법안들이 처리되도록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현재 계류중인 의원 입법을 중심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통상임금 관련 내용이 특정 의원 법안에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다각도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재계, 노동계와 모두 협의해봐야 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논의중이고 관련 법안도 올라온 게 있으니 같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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