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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원지값 급등에 상자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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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원지 값을 이렇게 올리면 영세 골판지 상자 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성적인 생산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한 골판지 상자 업계가 이번에는 원지 값 급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원재료인 원지 값이 지난 1년 새 세 차례에 걸쳐 70%가량 급등했기 때문이다. 상자 업계는 "더 이상 원지 값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원료 업체를 신고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구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원재료인 원지와 골판지 상자를 모두 생산하는 제지 대기업들이 원지 값 인상으로 영세 상자 업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지난달 또 원지 값 인상을 통보해왔는데 이를 거부하기로 상자 업계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골판지 상자는 식품과 생활용품 등의 업계가 주요 수요자인데, 최근 온라인 쇼핑몰과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덩달아 상자 수요도 급증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골판지 박스 수요가 급증하자 한국 등 해외에서 폐지 수입을 크게 늘렸다.

골판지 상자는 폐지를 모아 가공한 원지를 종이 형태의 골판지(Sheet)로 우선 만든다. 이를 적당한 크기의 상자로 만들어 최종 수요자에게 납품하고 있다. 국내시장에는 태림포장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삼보판지 등이 원지부터 골판지, 상자까지 모두 만드는 '일관기업'이다.

또 원지를 받아 골판지와 상자를 만드는 '전문기업'이 90여 곳, 골판지를 받아 박스만 제조하는 '제상기업'이 2300여 곳에 달한다. 제상기업은 대개 연매출 10억~50억원의 영세기업이다. 원지부터 상자까지 국내시장 규모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폐지 값 상승률 이상으로 원지 가격을 높이는 것은 영세 상자 업체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자 업계는 골판지 상자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입법화하고, 원지 업체를 '부당염매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반해 원지 업계는 폐지 값 급등으로 원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중국·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시장 활황으로 폐지 수출이 크게 늘어나 국내 수요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원가 부담 가중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원지 업계도 마지못해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글로벌 포장 수요 호조로 원지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 국내 골판지 원지 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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