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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이수 대행 자격놓고 高聲… 시작도 못한 헌재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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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회 동의안받아 위법" 與 "박 前대통령 탄핵 보복" 설전]

野, 金 권한대행 인사말 막고 "사퇴하라"… 14년만에 파행

'靑, 金 권한대행체제 유지 언급'

민주 일부 의원들 "부적절했다"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사무처 국감은 야당 의원들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직을 유지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사실상 시작도 못 해보고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헌재 국감이 파행된 것은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김이수 권한대행(헌법재판관)은 이날 오전 10시 헌재 청사 2층에 마련된 국감장으로 들어섰다.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자 김 권한대행은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선일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헌재 국감은 사무처를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김 권한대행은 피감기관장석이 아닌 별도의 자리에 앉아 인사말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김 권한대행이 인사말을 하려 하자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 권한대행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국감이 파행됐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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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곧바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손을 들어 발언 신청을 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의 뜻에 따라 내년 9월까지 이어지는 헌재의 김 권한대행 체제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위법적 체제"라며 "김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감을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대통령이 헌재를 하수인 다루듯 하고 있다"며 "김 재판관을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인사말과 업무 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 9월 1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김 재판관은 이후에도 소장 권한대행을 해왔는데,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10일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까지 따로 헌재소장을 지명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야당은 일제히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라며 반발했고 이날 헌재 사무처 국감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김 권한대행은) 왜 정권이 벌이는 굿판에 장단을 맞추나. 헌재의 위상과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권한대행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헌법재판관도 국회의원 재적 과반 찬성이 있으면 탄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청와대는 한 번도 내년 9월까지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야당이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서 국감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야당이) 국감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헌재에 대한 보복이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세월호 피해자들의 생명권을 강조한 김 권한대행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국민의당이 지난달 임명동의안 표결 때 반대한 게 정말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김 권한대행의 헌재소장 임명을 위해 한 게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이날 국감에선 일부 여당 의원 사이에서도 청와대의 입장 표명과 박수현 대변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청와대가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부분이 귀에 거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박 대변인의 적절치 못한 표현이 오해를 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고함을 지르며 설전을 벌이다가 오전 11시 30분쯤 국감장을 떠났다. 헌재 국감을 언제 할지 날짜도 잡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국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국감장에서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여야 공방을 지켜봤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잠시 집무실에 가 계셔도 좋다"고 했지만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국감이 파행으로 끝난 뒤 헌재 구내식당에서 다른 재판관 4명과 점심을 들었다. 원래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기 위해 도시락이 준비돼 있었다. 김 권한대행은 점심 자리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한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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