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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면도기·수첩… 남자들은 여기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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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겨냥한 생활용품 책부터 젊은 아빠 위한 잡지 등 속속 출간

최근 제6호를 낸 계간지 '볼드 저널'은 '아버지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을 표방한다. 타깃 독자층은 30~40대 기혼 남성.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아버지들을 위한 가이드 같은 잡지다. 놀이, 집, 탈것 등 남성적이면서도 가정적인 주제를 다룬다. 김치호 발행인은 "남자가 아버지가 되면 새로운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데 마땅히 상의할 곳이 없다"면서 "그런 아버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이라고 말했다.

2030 여성이 주 구매층인 출판 시장에 '남자의 책'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 뚜렷한 흐름은 '물건'에 대한 책들이 많다는 것.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가 쓴 '남자의 물건'이 대표적이다. 2012년 출간돼 24만부가량 팔린 이 책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책상,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벼루, 배우 안성기씨의 스케치북 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물건'을 소개하며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데 서툰 남자들에게 말을 건다. 사진가 윤광준씨가 몰스킨 수첩, 에센바흐 돋보기, 필립스 아키텍 면도기 등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윤광준의 생활명품'도 같은 맥락의 책이다.

조선일보

아버지를 위한 잡지 ‘볼드 저널’ 최근호의 주제는 ‘탈것’이다. 크고 잘 달리고 비싼 차가 아니라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연 있는 차’에 대한 이야기가 아버지로서 삶의 향방을 고민하는 남성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다. /볼드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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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류의 역사를 다룬 '문구의 모험'도 대표적인 '남자의 책'으로 꼽힌다. '문구의 모험'을 출간한 어크로스 김형보 대표는 "남자들은 추상적 관념보다는 문구류·프라모델 같은 구체적 대상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물건에 대한 책이 남자들에게 소구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서는 이 밖에 정원 가꾸기처럼 서구권 남성 사이에서 유행하는 취미에 관한 책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독자를 타깃으로 내놓은 책도 구매자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다. '볼드 저널'은 여성 구매자 비율이 45%, '남자의 물건'은 50% 정도다. '문구의 모험'도 구매자 40%가 여성이다. 남성 잡지 기자 신기주씨가 남자의 불안과 욕망에 대해 쓴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는 40대 남성을 위한 책으로 기획됐지만 2030 여성들이 주로 사 읽고 "페미니즘 정서에 반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 책을 낸 한빛비즈 관계자는 "본능에 충실하고 싶다는 '로망'에 대한 책이라 가장이라는 무게로 허덕이는 남성들에게 읽힐 거라 생각했는데 그 책마저도 여자들이 사 읽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단 만들기 관련 책만은 예외다. 8~9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목공 및 가구 만들기 관련 책은 40~50대 남성이 주 독자. 지난달 동아시아 출판사가 창간한 과학 잡지 '메이커스: 어른의 과학'은 구매자의 70%가 남성이다.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관), 카메라, 전자기타 등 잡지에 소개된 과학 아이템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고안된 DIY 키트를 부록으로 제공한 것이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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