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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장애를 잊게 한다 … 하루 8시간 누비는 휠체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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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청 장애인 댄스스포츠팀

국내 유일 실업팀, 비장애인과 한 조

21일 벨기에 세계선수권 우승 목표

“지원 부족하고 미래 불투명하지만

외국에 나가 한국 알리는 것 보람”

중앙일보

울산 울주군청 장애인 댄스스포츠팀. 장애인 댄스스포츠는 장애인과 장애인 혹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를 이룬다. 왼쪽부터 이영호·박영선·이익희·장혜정 선수.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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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투 쓰리 포~원 투 쓰리 포~.”

11일 오후 울산 중구 울산종합운동장 댄스스포츠 훈련장. 휠체어를 탄 울주군청 소속 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들이 왈츠 음악에 맞춰 날렵하게 댄스장을 누비고 있었다. 장애인 장혜정(42)·이영호(39) 선수와 비장애인 박영선(26)·이익희(25) 선수다. 이들은 오는 21일 벨기에서 열리는 휠체어 댄스스포츠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목표로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하루 8시간씩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애인 댄스스포츠는 장애인과 장애인, 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를 이룬다. 울주군청팀은 전국 유일의 장애인 댄스스포츠 실업팀이다. 팀을 이끄는 서상철 감독은 “한국에서 장애인 댄스스포츠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실업팀을 만들기 어렵다”며 “울주군은 우수한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4년 2월 실업팀을 창단했다”고 말했다. 실업팀 창단으로 선수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덜었다.

어릴 때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 선수는 2011년부터 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로 활동했다. 이전에는 장애인 인권 상담사로 일했다. 그는 “학업·결혼·출산을 경험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장애를 댄스스포츠를 시작하면서 직면했다”고 말했다. 선수 등급심사를 받을 때 ‘앞으로나란히’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춤이 아닌 장애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힘겨웠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사지 마비 선수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춤추는 모습을 본 이후로 아름다운 표정과 섬세한 몸짓에 더 신경 쓴다. “장애인 댄서와 그 춤을 보고 감동하는 관객들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어요.” 요즘도 울면서 연습할 만큼 힘들지만 그는 춤출 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영호 선수는 14년 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프로 복서였다. 재활병원 원장의 추천으로 한국 1세대 휠체어 무용수인 김용우 선수를 만나 이 길에 들어섰다. 그는 “처음 휠체어 댄스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자를 타는 손맛이라고 할까 묘한 매력이 있다.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춤추는 것이 좋다.”

장애인 댄스스포츠는 ‘제3의 선수’ 휠체어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댄스스포츠용 휠체어는 일반 휠체어와 다르게 몸에 꼭 맞고 다리를 고정하는 끈이 있다. 장 선수는 “끈 위치나 모양이 선수의 장애 상태에 따라 모두 다르다”며 “맞춤 댄스스포츠 슈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새 동작을 익힐 때마다 필요한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새롭게 배워 익힌다. 비장애인인 박 선수는 “휠체어 때문에 자주 다치지만 장애인 선수들을 빛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익희 선수는 비장애인이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마루 진동으로 음악을 느낀다.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2014 IPC 아시아태평양컵,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2015 뉴 타이페이 시티컵, 2017 러시아 대륙컵, 2017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같은 국내외 대회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뒀다. 1년에 2~3개의 국제대회와 10여 개 국내 대회에 출전한다.

장 선수는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고 은퇴 뒤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걱정이지만 외국에 나가 한국을 알리는 것이 보람 차다”고 말했다. 장 선수와 이영호 선수는 은퇴하면 체육 정책과 장애인 스포츠 선수 상담 관련 일을 하는 것이 목표다. 휠체어를 이리저리 굴리며 스텝을 밟는 그들에게 댄스장은 너무 좁아보였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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