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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5000억대 분식회계·채용비리·비자금 조성…검찰, 하성용 前 KAI 대표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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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하성용 전 KAI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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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하성용(66)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7월 검찰이 KAI 사천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지 석 달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하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KAI 이모 경영지원본부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과 부정채용을 청탁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대표는 이 본부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13년부터 올 1분기까지 매출 5358억원과 당기순이익 465억원을 과대 계상하는 등 회계분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 전 대표 등은 선급금을 지급하는 즉시 매출로 인식하고 손실충당금과 사업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수법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자재출고 현황을 조작하고 원가를 부풀리기도 해다고 검찰은 전했다.

분식회계는 사기대출로 이어졌다. 검찰 조사결과 하 전 대표 등은 회계분식된 재무제표를 이용해 6514억원의 대출을 일으키고 6000억원어치 회사채와 1조94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조작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상여금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 전 대표는 자신의 급여와 상여금, 임직원 상여금 등 73억3420만원을 추가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 전 대표는 2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임의로 사용하거나 전직 대표이사의 소득세를 대신 내준 혐의도 받는다. 하 전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외화(外貨)를 매각하면서 환율을 조작하거나 카드깡·상품권깡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보다 낮은 환율로 매각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거나 유흥주점에서 결제 취소한 허위 신용카드전표를 회사에 제출하는 방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했다”며 “회사 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세무조사에서 적발돼 개인 소득세가 부과되자 이마저도 회사에서 대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 전 대표는 채용비리에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10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청탁을 받고 서류전형에 탈락한 지원자 15명을 합격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언론인과 지방자치단체, 군 관계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인 자녀 등을 부정취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 전 대표는 협력사 대표를 시켜 위장 협력사인 T사를 차리고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하 전 대표는 T사의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관련 공시를 누락했다. 또 KAI로 하여금 부실 담보를 받고 선급금 108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KAI는 오로지 매출실적을 관리하기 위해 선급금을 조기에 투입했다”며 “1조원 상당의 채무가 누적된 상태에서도 연말에 대출금으로 1000억원 상당의 선급금을 협력업체에 일시에 지급해 KAI의 유동성 위기가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KAI는 일반 사기업과 달리 국가가 일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방산업체임에도 특성상 외부 노출이 차단된다는 점을 악용해 회계부정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비리를 저질렀다”며 “무기 공급에 차질을 빚고 부실 무기 납품 등 국방력 약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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