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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철원 병사 사망, 결국 인재였다…사격장 폐쇄 사후약방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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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탄흔 70여개 발견됐지만 유탄 차단대책 '구멍'

경계병은 통제 안하고 병력인솔부대도 우회 안 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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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지난달 말 강원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사망 사고 원인이 유탄(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탄)이고, 유사사고 우려가 있는 사격장이 50여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특별수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모 상병은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했다.

당초 군 당국이 발사된 탄이 돌과 나무 등 지형·지물과 충돌해 정상 발사 각도가 아닌 예상 외의 방향으로 날아가는 도비탄으로 추정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다. 이에 군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비탄으로 추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 우연에 우연이 겹친 도비탄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사격 시간 중 단순히 병력 이동만 통제했더라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격시간 중 통제하지 않은 장교 등에 대한 처벌이 예고됐지만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군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먼저 "사망자가 쓰러지고 나서 같이 있던 중사가 '탄이 튄 것 같다'고 표현하면서 도비탄 추정으로 연대보고가 됐고, 이후 계속 그 용어가 사용된 것"이라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또 사고지점 근처 나무 등에서 피탄흔 70여개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미뤄 볼 때 그동안에도 해당 사격장에서 유탄이 많이 발생했고, 이같은 사고 위험성은 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고지점은)수목이 울창하다"면서 "이동부대든 사격부대든 위험성이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성에 대한)인식이 상당히 낮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당국이 그동안 매 분기마다 사격장 안전점검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명은 신뢰성을 얻기 힘들다. 이에 안전점검이 요식행위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격장 및 피탄지 주변에 경고간판이 설치되고 유탄에 대한 차단대책이 진작 마련됐다면 이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사본부가 사고원인을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밝힌 것 역시 '안전 불감증'을 제대로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조사본부에 따르면 병력인솔부대는 진지공사후 도보로 복귀하던 중 사격총성을 청취하고도 병력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통제 없이 걸어가면서도 소대장은 '작업에 지친 병사들이 힘이 나도록'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또 사격훈련부대는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에 경계병 투입시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사망자 등을 포함한 병력이동시 경계병에 의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육군 관계자는 최초 경계병을 섰던 인원이 사격에 투입되면서 경계병이 교체되는 가운데, 추가 투입된 경계병 2명이 교육을 명확하게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동을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격장에서 경계를 서면서 통제할 지 말 지를 망설인 것 자체가 의아하다는 비판도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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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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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육군은 이날 현재까지 파악된 유사사고 우려가 있는 사격장 50여개소의 사용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육군 사격장 전체 190개소의 무려 4분의 1에 해당한다.

육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 사격장을 대상으로 시한부 특별 점검 중에 있다며, 불안정한 사격훈련장에 대해서는 안전조치를 강구해 인증 후 사격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조사본부는 사격훈련통제관으로서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중대장과 병력인솔부대의 소대장, 부소대장 등 3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부대 지휘관 및 관련 실무자 총 16명은 지휘감독소홀 및 성실의무위반 등의 책임으로 육군에서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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