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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인터뷰] 고원희 "`최강배달꾼`으로 단아한 승무원 이미지 벗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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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고원희는 '최강 배달꾼'에 출연해 단아한 모습을 깬 반전에 성공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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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고원희(23)는 단아한 외모로 만 17세 10월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로 아시아나항공 8대 모델로 발탁됐다. 연기에 앞서 그를 대표한 건 승무원복을 입고 옅은 미소를 짓는 얼굴이었다. 영화 드라마를 통해 맡은 역할도 승무원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KBS2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에서 고원희는 외식업계 재벌 정가의 딸 이지윤을 연기했다. 구김 없는 밝은 성격에 쾌활한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였다. 최강수(고경표 분)를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많은 분이 걱정했죠. 차분한 이미지가 강해 밝은 역할 오디션을 보면 번번이 떨어졌어요. 오디션 때 받은 대본을 몽땅 외웠습니다. 연습하면서 주변 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자신감을 가졌어요."

고원희가 오디션 때 받은 대본에는 오진규(김선호)의 커피에 귀걸이를 빠뜨리고 발뺌하는 장면 등이 있었다. 이지윤의 성격이 묘사된 대사는 고원희의 몫이 됐다. 촬영 2주 전에 합류 소식을 들은 고원희는 태어나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탈색했다. 부모님 품에서만 자란 철없는 이지윤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평소에도 지윤이스럽게 말하려고 연습했죠. 지윤이의 하이톤은 제가 술 마시고 기분 좋을 때 말투예요(웃음)."

'최강 배달꾼'은 집안 형편이 극명하게 갈리는 중국집 배달원 최강수 이단아(채수빈)와 재벌 2세 이지윤 오진규를 내세워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지윤 오진규는 부모에게 등 떠밀려 연애했으나 뒤늦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툭툭 건드리면서 주고받는 호흡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전했다.

"(김)선호 오빠와는 촬영 전부터 여러 번 만나서 대본 리딩을 했어요. 친해지다 보니 연기할 때도 편했죠. 선호 오빠는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처음에는 극 중에서 존댓말을 쓰다가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되더라고요. 워낙 애드리브를 잘하는 배우예요."

젊은 배우들은 촬영 스태프들이 지칠 때도 힘을 불어넣었다. 3.5%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최강 배달꾼'은 자체 최고 기록인 7.7%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좋은 기운이 감도는 현장은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에게도 전해졌다. 흔히 말하는 배우들의 '연기 구멍'도 없었다. 고원희는 배우들과 함께하지 못한 신들이 많아 불만일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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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희는 '최강 배달꾼'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이지윤을 연기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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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으쌰으쌰 하면서 의지했어요. 거의 선호 오빠와 연기하는 신밖에 없어서 배달원들이 모일 때는 소외된 경우도 있었죠. '지윤이는 왜 배달 안 하냐'고 투정 부리기도 했어요(웃음). 이지윤을 연기하면서 '너무 귀여운 척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들을까 걱정도 했는데, 망가진 모습들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죠."

이지윤의 아버지 이장진(선우재덕)은 언제나 딸만 생각하는 '딸바보'였다. 집을 뛰쳐나간 딸이 걱정돼 직접 전단을 뿌리며 찾기도 했다. 고원희의 부녀 관계는 어땠을까. "아버지가 무뚝뚝한 편인 줄 알았는데, 유머러스하고 개그 코드가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고원희는 이지윤처럼 애교 많은 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운 고원희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접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유학 시절에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접한 뒤 다시 용기를 냈다. '너는 절대로 안 된다'는 반대에도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2010년 광고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고원희는 작은 역할부터 천천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데뷔 전에는 가수로 데뷔할 기회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해 일찍이 접었다. "차라리 단역부터 천천히 올라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

한눈팔지 않고 연기를 하다가 만난 작품이 '최강 배달꾼'이었다. "네가 (이)지윤이를?"이라고 어머니가 놀랄 정도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고원희는 "부모님께는 '나도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 자극 받았다"고 회상했다. 무모해 보이기도 했던 기회는 결국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혀준 장이 됐다.

고원희는 "단아한 모습은 연기로 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그 기간이 길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강 배달꾼'을 확실히 승무원 모습에서 벗어났다. 전작들과 반응도 달랐다. "제 기사에 댓글이 안 달릴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몇백개 달리기도 해요(웃음)." 사랑만 받고 자란 재벌 2세에서 꿈을 좇아 유치원 선생님이 된 이지윤처럼 고원희도 자신의 틀을 깨고 도약하는 발판을 찾았다.

"이지윤 오진규가 유치원 선생님과 운전사가 된 건 시즌2를 암시하는 열린 결말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웃음). '최강 배달꾼'은 터닝포인트가 됐죠. 매년 목표이긴 한데, 꼭 상을 한번 타보고 싶습니다."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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