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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권위 도전·실패 용인…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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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D 텔아비브 혁신페스티벌

매일경제

존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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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변하는 산업생태계를 직접 목격하고 싶다면 두 곳을 직접 가봐야 합니다. 하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곳 이스라엘이죠." 지난달 초순 이스라엘 텔아비브시 아워크라우드 본사에서 만난 존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대표는 수많은 기업인과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이스라엘을 앞다퉈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워크라우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약 2만명의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3억2000만달러(약 3700억원) 이상을 유치했으며 100개가 넘는 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0여 개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투자 회수가 이뤄졌다.

메드베드 대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생태계 변화에서 자신의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해답을 이스라엘에서 찾고자 한다"며 "혁신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혁신, 스타트업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5200여 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과 보안·네트워킹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이 많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비 지출 비율이 약 4%에 달해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혁신에 매진하는 이유는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좁기 때문이다. 여기에 권위에 도전하는 정신, 실패에 대한 사회적 용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이 맞물리면서 창업 붐으로 이어졌다.

피오나 다르몬 예루살렘벤처파트너스(JV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무려 12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며 "이들 모두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1993년 창립된 JVP는 지금까지 약 1조4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주로 초기 단계의 기업들에 투자한다.

다르몬 COO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군, 학교, 벤처캐피털(VC), 다국적기업, 정부가 모여 있는 형태가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라며 "이를 통해 강소 스타트업이 대거 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스라엘의 혁신을 볼 수 있는 곳이 'DLD(디지털·라이프 앤드 디자인) 텔아비브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이다. DLD 텔아비브는 이스라엘 외무부와 텔아비브시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구글, 인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전시관을 연다. 각국의 젊은 창업가, 전문가, 수천 명의 방문객이 '이스라엘식 혁신'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올해는 핀테크,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주제로 여러 세션이 열렸다.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명함을 교환하며 정보를 나누는 등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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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D 텔아비브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이 스타트업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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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D 텔아비브의 부대 행사로는 각국에서 온 스타트업들의 피칭도 진행됐다. 국가별 예선을 통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기업들로 드론, 핀테크,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었다. 내수시장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 꿈을 펼치겠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모션파일럿 공동창업자인 티모시 페터와 티바웃 파스칼은 들뜬 분위기로 자신들이 만든 드론 컨트롤러를 소개했다. 지난해 창업한 모션파일럿은 '드론을 날리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설명처럼 드론 컨트롤러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로잔공대 재학생인 파스칼과 페터 등이 창업했다.

파스칼은 "기존의 드론 컨트롤러(조종기)는 너무 복잡한데 이건 햅틱(진동) 반응도 있고 센서가 탑재돼 있어 컨트롤러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드론이 날아가기 때문에 훨씬 더 재미있다"며 "한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있겠나"라고 질문했다. 그는 "최종 목표는 드론 제조업체에 우리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업한 지 5년 된 비디오 검색 엔진 '비디오사이트'의 에얄 아라드 대표는 "동영상을 분석해 온라인에서 비슷한 동영상을 찾아주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내가 인터넷에 올린 유튜브 비디오를 다른 사람이 가져간 뒤 편집해 올리더라도 해당 동영상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라드 대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나 북한의 선전·선동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 "동영상 검색 분야의 구글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DLD 텔아비브 행사장에서 만난 아하론 아하론 이스라엘 혁신청장은 "한국은 이미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로부터 따로 배울 것이 없다"며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해 삼성, LG, SK와 같은 대기업을 육성한 반면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분야를 고민한 뒤 이스라엘에 연구소를 연다면 뛰어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이들과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엑시트를 돕는다면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에 윈윈이 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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