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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미국과 '특수관계' 英, 북미 무역전쟁에 일자리 수천개 잃을 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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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개입 요청했던 메이 "美 예비판정에 깊이 실망"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에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리자 영국에서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관리청(ITA)은 26일(현지시간) 봄바디어의 C시리즈 항공기에 보조금이 지급됐다며 219.63%의 고율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번 판정은 미국 항공기 업체 보잉의 청원에 따른 것이다.

보잉은 봄바디어가 캐나다와 영국 등으로부터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아 C시리즈를 자사 유사기종과 비교하면 한참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연합뉴스

봄바디어 CS300
[위키디피아 캡처]



이번 예비판정은 캐나다는 물론 영국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운 사안이다.

봄바디어 C시리즈 항공기의 날개와 동체를 제작하는 공장이 영국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기 때문이다.

4천500명의 직원을 둔 벨파스트공장에서 약 1천명이 미 델타항공사에 납품될 C시리즈 항공기를 제작하고 있다. 봄바디어는 지난해 미 델타와 55억달러(약 6조3천억원) 규모의 C시리즈 판매계약을 성사시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델타항공이 C시리즈를 대당 1천900만달러(약 217억원)에 구매했다는 보잉의 주장에 근거하면 220%의 고율 상계관세가 확정될 경우 미국 내 C시리즈 판매가격이 세 배인 약 6천10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고율의 상계관세가 확정되면 미국에서 C시리즈 수요가 끊기면서 결국 C시리즈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입장에선 봄바디어 벨파스트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이 공장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예비판정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전화통화에서 보잉-봄바디어 무역분쟁에 개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 12일 보도한 바 있다.

지난 6월 조기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상실한 집권 보수당의 손을 잡아줘 메이를 살려준 북아일랜드 자유민주당(DUP)이 메이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개입을 거세게 요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아일랜드 자유민주당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공동정권의 한 축이다.

봄바디어 벨파스트공장은 직원 규모에서 북아일랜드 내 최대 사업장이다.

영국 총리실은 트위터를 통해 "메이 총리가 예비판정에 깊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특수관계'를 자랑해온 영국에 북미무역 분쟁의 불똥이 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메이 총리가 전화와 직접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사안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고 북아일랜드 자유민주당이 영국 정치에서 중요한 입지에 있다는 점 등에서 이번 예비판정은 메이 총리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이번 예비판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는 우리가 오랜 파트너로부터 기대한 행동이 아니다. 이 점을 보잉에 매우 분명히 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팰런 장관은 "보잉과 우리의 미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보잉의 주요 고객 가운데 한 곳이다.

연합뉴스

유엔총회 중 만난 메이 英총리와 트럼프 美대통령
(뉴욕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제72차 유엔총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는 이날 북한, 이란, 온라인 테러리스트 선전물 대처 등에 대해 논의했다. lkm@yna.co.kr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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