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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美 의회까지 번진 저항의 '무릎 꿇기'…트럼프 "금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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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풋볼(NFL)에서 시작된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무릎 꿇기'가 미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학교를 넘어 연방의회까지 무릎 꿇기에 동참하고 나섰다.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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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무릎을 꿇은 콜린 캐퍼닉(가운데). [AP=연합뉴스]


시작은 지난해 8월이었다.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은 국가연주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당시 경찰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미 전역에서 발생할 때였으며 캐퍼닉은 "나는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에 자긍심을 보여주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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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각) NFL 구단 댈러스 카우보이 선수들과 구단주가 무릎을 꿇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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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 참석한 자리에서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에게 '저 개자식(son of bitch)을 당장 끌어내. 넌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NFL 구단주를 보고 싶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캐퍼닉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에 NFL 선수와 구단주들은 '무릎 꿇기'로 맞섰다. 지난 주말 경기를 치른 NFL 선수 100명 이상이 국기에 경례 대신 무릎을 꿇었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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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브루스 맥스웰이 24일 텍사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국가연주 때 무릎을 꿇은 채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같은 '무릎 꿇기'는 다른 스포츠로도 번졌다. 24일 미국프로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포수 브루스 맥스웰은 국가연주 동안 모자를 벗어 가슴에 얹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았다. 뉴욕타임스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무릎 꿇기' 논란이 옮겨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절정
스포츠를 넘어 '무릎 꿇기' 저항 운동은 예술계, 학교, 의회까지 번졌다. 23일 가수 스티비 원더는 뉴욕 센트럴파크 무대에 올라 공연 전 "미국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며 '무릎 꿇기' 시위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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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 앤시날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쥔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YTN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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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 앤시날 고등학교 학생들은 국가 울펴 퍼지는 동안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쥔 손을 올렸다. 다이넬 허스트 교장은 "미국인으로서 이렇게 이 나라가 창피한 적이 없었고, 동시에 국민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때가 없었다"고 연설했다. 워싱턴 DC 조지타운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단체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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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라 잭슨 리 미 하원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사진 실라 잭슨 리 트위터]


나아가 미 연방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도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은 "나는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무릎을 꿇으며 성조기는 자유의 상징이기 때문에 무릎을 꿇는다. 또한 나는 인종 차별주의에 맞서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고 말했다. 마크 포캔 하원 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NFL 선수 비판에 항의하는 연설을 한 후 무릎을 꿇었다.

결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무릎 꿇기' 행위를 규정으로 금지하라고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26일 트위터에서 "NFL은 모든 종류의 규정과 규칙이 있다"면서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을 수 없게 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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