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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박영환의 워싱턴 리포트]NFL 집단 ‘무릎 꿇기’와 진짜 ‘국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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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집단적 저항이 심상치 않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에는 양비론으로 ‘물타기’를 하던 트럼프가 선수들이 경찰의 흑인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것에는 ‘애국심’을 문제 삼아 비난을 퍼부은 것이 분노에 불을 질렀다. 트럼프의 언행은 인종주의적 선동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경향신문

사태는 지난 22일 시작됐다. 트럼프는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유세에서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개XX를 당장 끌어내 해고하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지난해 8월 이후 경찰의 흑인 사살에 항의해 국가 연주 때마다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지목한 것이다. 캐퍼닉은 이후 재계약이 안돼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 트럼프는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트위터에 국가가 연주될 때 일어서지 않는 선수를 ‘해고하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주말 이후 26일까지 NFL과 선수들을 비난하는 트윗만 10여개가 쏟아졌다.

캐퍼닉과 소수 동료의 외로운 시위는 전 미식축구계 전체와 미국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지난 주말부터 150명이 넘는 동료 선수들이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거나 팔짱을 끼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NFL의 32개 구단 중 절반 가까이가 성명을 내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지난해 슈퍼볼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로버트 크래프트,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제리 존스 등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거나 친분이 두터운 구단주들도 트럼프를 비판하거나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내년 NFL 시즌 후원사인 나이키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는 지난 24일 뉴욕 공연에서 아들과 함께 무릎을 꿇었다. 민주당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은 의회에서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무릎 꿇기는 인종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언행이야말로 인종주의와 매우 관련이 있다. 재선에 열을 올리는 트럼프는 인종 간 적대감을 부추기며 분열도 스스럼없이 캠페인의 도구로 쓰는 국가 지도자다.

미국프로농구(NBA)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ESP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 국가를 무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인종주의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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