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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독일 극우 72년만에 의회 입성…“독일이 포퓰리즘에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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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일 총선 ‘극우 부상’ 충격

2차대전 뒤 첫 의회 진입…94석 차지

가디언 “독일, 포퓰리즘에 면역력 없다”

난민·양극화 등 기성 정치권 불신 영향

유럽 극우정당 기사회생 전기 될지 촉각



유럽연합(EU)의 맏형인 독일의 지난 24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극우 돌풍이 현실화되자 독일 국내는 물론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나치 독일의 2차대전 패배 뒤 연방의회에 전혀 발을 들여놓지 못한 극우 정당이 일거에 94석을 차지하자 전후 정치의 금기가 깨졌다는 탄식이 나온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과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결선투표 진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란 혼란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해온 독일이었기에 충격이 더 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이번 선거를 “독일 예외주의의 종식”이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 국제문제 수석논설위원 기디언 래크먼은 “포퓰리즘의 돌풍 속에서도 독일은 고요한 섬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독일이 정상적으로 보인다. 모순적이게도 그리 환영할 만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썼다. <가디언>은 “나치 정권의 역사적 행태로 인해 극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던 독일조차 포퓰리즘에 면역력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과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내리 패배하며 극성기를 지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 유럽 극우 정당들은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모습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옛 동독 지역에서는 득표율이 20%를 넘어섰다. 총 득표 592만표 중 기존 지지층 147만표, 유동층 147만표뿐 아니라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에서 넘어온 104만표까지 끌어들였다. 선거 결과는 난민 포용 정책에 대한 반발심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다수지만, 양극화에서 비롯된 동-서 갈등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적 선거 전략이 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도이체벨레>는 “‘독일을 위한 대안’을 뽑은 유권자 전부가 나치 당원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들이 다른 민족보다 독일인이 더 가치 있다고 보는 정당을 지지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연방의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한 이 당에 보조금과 선전활동 기회가 넓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를린·뮌헨·프랑크푸르트·쾰른·함부르크 등 주요 도시들에서 극우 정당의 ‘승리’에 반발하는 시위가 잇따른 것은 반이민이나 유로화 폐기 등 이 당의 일반적인 국수주의적 구호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도자 알렉산더 가울란트는 이달 초 집회에서 “프랑스가 그들의 황제(나폴레옹)를, 영국이 넬슨이나 처칠을 자랑스러워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면, 우리도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의 독일군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치 독일의 상처를 깊게 간직한 유대인들이나 주변국들한테 용납될 수 없는 발언이다. 독일 내에서도 이런 발언은 금기를 깬 것이다.

유럽연합의 개혁과 통합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독일이 유럽연합의 통합 강화를 위해 과감한 조처를 하기를 바라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급히 불 끄기에 나섰다. 그는 26일 파리 소르본대학 연설에서 유로존 통합 예산과 재무장관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유럽연합 개혁안을 제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립정부 협상에 나서기 전 유럽 통합 의제를 강조해 독일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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