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의 구심점 역할을 할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새 정부 출범 5개월여 만에 출범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동서고금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도 경제도 안보도 부정으로 힘을 잃고 부패로 무너졌다"는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부정부패는 나라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의 삶을 옥죄는 내부의 적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전 세계 176개국 가운데 52위로, 아프리카 빈국인 르완다(50위)보다도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5개국 중에도 29위로 하위권이다. 부정부패를 척결해야만 공정한 사회로 나갈 수 있고, 공정한 사회가 이룩되면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부정부패 척결이 공정한 사회 건설과 경제발전에 중요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반(反)부패를 중요한 국정운영 과제로 설정해 강도 높은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 한국 실현'을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에 이어 두 번째로 꼽았다. 반부패정책협의회는 개별적인 비리나 부정부패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고 예방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함으로써 공정사회를 앞당기는 파수꾼이 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부정부패와 연루된 사람이라면 누구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 살아있는 권력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부정부패와 연루돼 있다면 철저하게 밝혀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반부패정책협의회 출범과 앞으로 이어질 본격적인 부정부패 척결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지난 7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반부패기관 출범 방침이 나오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총장이 참석하는 데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코드 사정'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아울러 전직 대통령들을 겨냥한 여야 정치인들의 수사촉구 발언으로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출범이 논란을 증폭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집권여당 소속의 유력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의 '수사 촉구성' 발언에 반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싸움 후 자살'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정 의원을 고소하는 등 전직 대통령 수사 문제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수사 문제로 과도한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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