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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중동의 집시' 쿠르드족은 누구…왜 독립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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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없는 최대 단일민족…이라크서 독립투표

IS로 명분 찾은 KRG…국제사회는 '싸늘'

뉴스1

24일(현지시간) 유전지대 키르쿠크에 붙은 독립투표 포스터.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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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이라크 내 쿠르드족 자치정부(KRG)가 민족의 오랜 염원을 담은 분리독립 투표를 25일(현지시간) 개시했다.

이라크 정부와 주변국, 이해관계가 얽힌 서방 국가들은 연일 반대와 경고를 던지고 있지만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쿠르드족은 어떤 이들이며 왜 법적 구속력도 없는 이번 투표를 추진하는 것일까.

◇중동의 집시

쿠르드족은 흔히 '중동의 집시'로 불린다. 2500만~3500만명의 단일 민족이 고유 문화·언어·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가 없이 중동 산악지대에 흩어져 있어서다.

기원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기원전 3000년 전 제작된 수메르 점토판에 적힌 '카르다'(karda) '카르두치'(Qarduchi) '쿠르티'(Qurti)가 원조란 가능성을 점칠 뿐이다.

비아랍 민족인 이들의 종교는 수니파 이슬람교가 대다수다. 기독교를 믿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에는 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를 중심으로 거주한다.

가장 많은 쿠르드족이 사는 국가는 터키다.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1200만~1500만명이 거주한다. 그러나 무장 독립 운동을 벌이는 터키 쿠르드노동당(PKK)은 눈엣가시다. 터키 정부와 서방은 이들을 반군, 테러단체로 분류하고 있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북부 아르빌·도후크·술레이마니아 3개 주(州)를 중심으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역내 동맹을 형성하고 '쿠르드족 인종 청소'를 자행했던 사담 후세인에 맞섰으며 오늘날 민병대 '페슈메르가' 등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선방에 있다.

시리아에서는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토의 10%에 달하는 북부·북동부를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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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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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 IS, 서방의 침묵

이번 독립투표는 이라크 KRG 자치지역 외에도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비롯한 쿠르드 거주 지역을 대거 포함했다. 유권자 수는 530만명에 달한다.

명분은 IS다. 2014년 세력이 최고조에 달한 IS가 이라크 북부를 침략했을 당시 정부군이 아닌 쿠르드 민병대가 맞섰다는 주장이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IS 격퇴전에 앞장선 속내 역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쿠르드족의 독립투표도 못마땅한 데 '돈줄'인 유전지대까지 투표 대상이 됐다. 지난해 키르쿠크에서 생산된 원유 규모는 이라크 전체의 12%에 달한다.

주변국이 이번 투표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구속력은 없지만 자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까지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 4000만에 가까운 쿠르드족이 동시에 독립을 들고 일어날 경우 자국 영토뿐 아니라 중동 전역의 분열도 가능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반응도 차갑다. 이들은 IS 격퇴전에 쏟아야 할 노력이 분산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최근 만장일치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제2의 마하바드 공화국을 꿈꾸며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건설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46년 1월에는 소련의 도움으로 이란에 '마하바드 공화국'이 세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국가는 건국 4개월 만에 소련이 이란에서 철수하며 1년 만에 무너졌다.

현재 KRG 수장인 마수드 바르자니 수반은 마하바드 공화국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공화국 출범을 위해 투쟁한 민족운동가였다. 이번 투표가 단순 도발이 아닌 세대에 걸쳐 내려 온 민족의 숙원이란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쿠르디스탄 주민 대부분은 바르자니 수반을 지지하지만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아흐마드 술레이만(30)은 "투표 이후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고대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두려운 것은 적들이 우리를 향해 악의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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