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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뻔한 독일 총선…관심은 ‘메르켈이 누구와 손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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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주로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의 4번째 총리직이 ‘유력’을 넘어 ‘당연’한 분위기가 되면서다.

메르켈이 기독민주연합(CDU·CSU)의 총선 승리로 또 한번의 집권에 성공하고 임기를 마무리하면 2005년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된 이후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헬무트 콜과 함께 최장수 총리다.

도이체벨레는 이번 총선이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확인할 뿐인 ‘지루한 선거’라고 불리나 “흥미진진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민련 주도의 정부 구성은 반복될 테지만 총선 이후 연정을 둘러싼 다각적인 구도가 주목을 끈다는 것이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련의 지지율(34%)과 마르틴 슐츠가 총리 후보인 사회민주당(SPD·21%)은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 수준의 득표를 하게 되면 모두 연정 없이 정부 구성이 힘들다.

기민련·사민당 연립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슐츠는 메르켈 주도의 연합정부 참여를 꺼리고 있다. 그동안 반복된 연정 구도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 초 당대표로 등장할 때만 해도 ‘슐츠 효과’를 보며 기민련과의 정당 지지율 격차를 2~3%포인트까지 좁히며 ‘대항마’로 불렸던 슐츠도 결국 메르켈의 그늘에 가린 ‘섀도 복서(shadow boxer)’가 됐다. 사민당의 약한 존재감과 정체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 지지율(25%)과 비슷하게 득표할 경우 연정 없이 야당으로 남겠지만, 20%에 못 미치면 슐츠가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

기민련과 메르켈 2기 때 손잡았던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까지 합쳐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기민련(흑)과 자민당(황), 녹색당(녹)의 색깔이 국기 색깔과 닮았다고 해 ‘자메이카 연정’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경우 자민당의 새 이민법, 녹색당의 화석연료 사용 전면금지 정책을 수용해야 해 메르켈의 부담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민당이 예상 외로 대역전에 성공하면 사민당(적)·좌파당(적)·녹색당(녹)의 좌파연정이 탄생할 수도 있지만 현실성은 낮다.

연정 구도와 더불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에 오를지도 관심거리다. AfD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13%까지 올라 ‘제3당’ 후보 중 선두에 섰다. 이대로라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당의 첫 의회 진출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던 전 세계 포퓰리즘 물결이 프랑스·네덜란드 대선에서 극우 약세로 꺾이는 듯했으나 AfD의 입성으로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fD는 2013년 창당 당시 유로화 폐기를 주장하는 수준이었지만 2015년부터 극우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메르켈의 난민 수용 정책에 따라 2015년 이후 독일로 100만명이 유입된 데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자 반이민·반유럽을 주장하는 AfD의 지지율은 급등했다. AfD와 손을 잡으려는 정당은 없지만 의회에 진출할 경우 향후 독일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메르켈의 4선 연임 여부는 주변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메르켈은 지난 3월 악수도 나누지 않고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와의 첫 만남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와 달라진 양국 분위기를 보여줬다. 특히 파리기후협약 탈퇴,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주장 등으로 트럼프 정부의 미국과 견고한 동맹국 독일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 경제대국으로 독일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메르켈은 영국의 출구전략에 강경한 입장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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