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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세계 1등도 `노라인 혁신` 안하면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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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노라인 혁신중 (上) ◆

매일경제

"주스와 사과를 사는 데 단 1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냥 가지고 나오면 되거든요. 가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결제하지 않고 물건을 들고나오려 해서 문제입니다."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에서 일하는 한국인 개발자 이 모씨는 무인 점포 '아마존 고' 베타 테스터(시험 직원)로 선정된 후 바뀐 일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시애틀 7번가 2121 아마존 본사 1층에 자리 잡은 아마존 고 매장은 'No Lines, No Checkout(줄 서지 않음, 계산대 없음)'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베타 테스터 직원들은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앱의 바코드를 매장 입구 개찰기에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매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 넣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

아마존은 167㎡(약 50평) 규모 작은 매장에 샌드위치, 샐러드, 음료수 등 간단한 제품을 구비해 놓고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이 흥미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내부 직원들 반응은 폭발적이다. 계산원을 없애는 대신 고객에게 집중하자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라인(No Lines)'이 4차 산업혁명 키워드로 등장했다.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업과 제조업, 가상과 현실 등 기존 비즈니스를 구분 짓는 선을 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137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점 홀푸드를 통해 유통과 생산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회사인 스타벅스는 모바일 결제회사로 변신 중이고 제조업 대표주자 GE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언했다.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세계 1등 기업이라도 여지없이 몰락하고 만다. 전통적 산업 테두리 안에서 수익을 창출해 왔던 기업들이 경쟁자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업이나 산업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회사 토이저러스, 아동의류 업체 짐보리, 신발 유통체인 페이리스 슈소스가 이미 파산보호 신청(챕터11)을 했다. 대형 백화점 시어스 홀딩스, 할인매장 99센트스토어, 패션 어패럴 제이크루 등도 파산 직전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노라인 비즈니스'가 2025년까지 60조달러 규모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용어 설명>

▷ 노라인(No Line) :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에 붙어 있는 '노라인, 노체크아웃'에서 확산된 말. 과거에는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확장됐지만 지금은 온라인 회사들이 오프라인까지 독점력을 확대하는 등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취지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노라인(Online, Offline, No Line)'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시애틀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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