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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분석]한밤 B-1B 北동해안 출격 의미 “트럼프의 김정은 타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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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 공군 B-1B 전략 폭격기가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북한 동해상 출격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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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한국시간) 미국 괌기지 B-1B 전략 폭격기들이 주일 공군 F-15C와 함께 북한의 동해안 인근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화이트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21세기들어 어떤 전투기ㆍ폭격기보다 비무장지대(DMZ) 이북으로 가장 멀리까지 비행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군의 첨단 전략 자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코밑까지 날아간 것은 김정은을 겨냥한 전례없는 무력 시위로 볼수 있다.

이번 비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이 사방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걸 가만둘 수는 없다”고 경고한 뒤 이뤄졌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에는 가차없는 선제 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 불과 3~4시간 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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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전략 폭격기 랜서가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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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외 미 전략자산 단독 북 타격 능력 과시”
이번 B-1B 비행은 최근 한ㆍ일 공군과의 합동훈련과 달리 미군 단독 작전을 벌인 점, 미 국방부가 워싱턴에서 직접 비행사실을 공개한 점에서 이례적이다.

미국 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23일 밤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출발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들은 주일 미 공군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출발한 F-15C 이글 전투기의 호위속에 북한 동해 공해상을 비행했다. B-1B 폭격기들은 임무 도중 KC-135 스트래토탱커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기도 했다.

화이트 대변인은 “이번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위협도 격퇴할 수 있는 많은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와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 본토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군사적 능력을 사용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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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출발한 B-1B 랜서 전략 폭격기가 동해로 향하던 중 태평양 상공에서 KC-135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는 모습.[미 태평양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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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토 직접 위협 땐 북한 김정은 제거 의지”
미 공군에 따르면 B-1B 랜서는 사거리 370~1000㎞에 달하는 최대 24기의 AGM-158A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JASSM)과 15기의 GBU-54 레이저 유도 합동직격탄(JDAM)으로 무장하고 있다. 동해상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은 물론 평양 시내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24기의 2000파운드 GBU-31 합동직격탄(JDAM) 또는 500파운드 GBU-38 합동직격탄 등 참수작전에 필요한 정밀 타격 무기를 무장하고 있다. 정밀타격 무기 외에도 최대 84발의 500 파운드 Mk-62 폭탄, 북한의 전차 수십대를 한 번에 파괴할 수 있는 CBU-87ㆍ89ㆍ97 센서유도 집속탄 30기, CBU-103ㆍ104ㆍ105 풍향수정 확산탄 30기도 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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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랜서 폭격기에 24기까지 장착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 AGM-158 재즘(JASSM) 미사일[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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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전 합참차장(예비역 육군중장)은 “이번 B-1B의 출격은 북한에겐 지도자를 제거할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압박”이며 “우리에게도 미 영토에 위협이 될 경우 한국 정부의 의견과 상관없이 단독작전이 가능함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약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령 괌이나 미 본토를 위협할 경우 주한미군 이외의 전력을 동원해 북한 김정은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군 관계자는 “과거에도 미 공군 전략자산이 북한 영공 인근까지 비행한 적이 있지만 그 사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출신 윌리엄 맥키니 예비역 대령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항공모함과 폭격기 수십여대를 동원했던 폴 번연 작전처럼 극단적인 무력 시위에 북한이 물러선 적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도발 억제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리틀 로켓맨 가만둘 수 없다” 다음날 실행
뉴욕 타임스도 “B-1B가 비무장지대 근처까지 비행한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이번은 트럼프 대통령과 말싸움을 벌인 김정은에게 미국의 군사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국무위원장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노망난 늙은이”“무지막지한 미치광이”“불장난 즐기는 불망나니” 등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번 무력시위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밤(현지시각)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 지지 유세에서 “나는 ‘리틀 로켓맨’ 김정은(문제)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태평양에서 거대한 무기(수소폭탄)를 터뜨리겠다고 얘기했는 데 그것은 엄청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밤 트위터에선 이용호 북한 외무상에 대해 “북한 외무상의 유엔 발언을 방금 전 들었다. 그가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그들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 것(they won't be around much longer!)”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철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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