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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시공사 선정 코앞…반포주공1, '이사비' 변수에 조급해진 현대·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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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 홍보직원 비방전에 적극 활용

합동설명회 정수현·임병용 사장 참석해 조합원 설득

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한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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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주공아파트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40년 동안 한 곳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재건축이 이렇게 지저분하고 시끄러웠다면 차라리 추진을 안 하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70대 A씨)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급해진 건설사들의 홍보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건설사의 OS(홍보)직원들은 현장을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이들은 단지 내 카페에 모여 전략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잠시 외출을 나온 조합원에게 길을 막고 자사 홍보에 집중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의 가방 안엔 각사를 홍보하는 동시에 상대사를 비방하는 포스터가 가득 있었다.

조합원 A씨는 "건설사 과장 1명이 담당하는 조합원 수가 정해져 있다"며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내뱉고 있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끝나지 않는 이사비 7000만원 논란

지난 21일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에 제시한 7000만원 무상 이사비는 도시정비계획법에서 금지한 '금품 및 재산상 이익'에 해당된다고 발표했다.

이날 조합원들 사이에선 정부의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발표한 이사비 지원이 화두였다. 당장 무상 이사비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느끼는 조합원도 상당수 있었다.

한 60대 여성 조합원은 "무상 7000만원 이사비를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GS건설도 다른 사업지에서 이사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정부 발표 즉시 GS건설 측은 현대건설의 이사비 지원에 대한 정부 발표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위법적인 요소로 조합원들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설명이었다.

반대로 현대건설은 GS건설의 낮은 신용등급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부족한 자금조달 능력으로 이사비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GS건설도 국민은행과 금융 비용을 조달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사로 선정되면 국민은행이 주관사로서 자금조달을 책임진다는 것"이라며 "단순한 MOU 체결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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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설명회, 건설사 사장까지 가세

지난 21일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시공사 선정 합동설명회에서 참석했다.

정수현 사장은 마이크를 잡고 직접 조합원들 앞에서 논란이 된 이사비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행보증증권을 제출해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사비용은 조합원들의 원활한 이주를 돕기 위한 금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시한 압도적인 사업참여 조건"이라며 "지자체와 조합의 협의를 거쳐 조합원들 모두의 이익으로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용 사장도 현대건설이 입찰내역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현대건설이 입찰 내역에 대한 상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시공사 선정 당일 총회가 아닌 합동설명회에 CEO가 모습을 들어냈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는 공사비만 2조원이 넘는 수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됐다. 두 사장 모두 조합 설명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것은 처음이다.

◇"강력한 수주의지 확인" vs "CEO, 비방전 참여는 독"

지난 3월 과열된 수주전이 진행된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에서 시공권을 얻은 당시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조합사무실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현대건설과 GS건설 모두 과천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천주공1단지 막판 변수는 대우건설 사장이 현장을 찾았다는 사실에 있다"며 "현대건설과 GS건설 모두 당시 수주전 실패 이유 중에 하나로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조합원 반응도 다양했다. 건설사 사장이 등장한 것은 반포주공1단지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공개석상에서 비방전까지 필요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조합원 K씨는 "사장이 직접 등장해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사장까지 직접 나서 반대편을 비방하는 것은 건설사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만난 한 조합원은 솔직한 심정을 내뱉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7000만원을 무상으로 지급해준다는 사실에 현혹된 것은 사실"이라며 "속으로는 다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겉으로는 표현을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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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실패 건설사 이미지 타격은 당연

업계에선 수주전에 실패한 건설사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입한 홍보비용뿐 아니라 이미지 하락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경력 있는 홍보요원들은 반포동에 모두 모였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며 "양사 모두 가용인원 100%을 투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과열된 수주전이 진행되면서 추후 법적 소송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일부 건설사가 재건축 수주에 실해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건설은 조합에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총회 결과에 따른 '부제소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이는 시공사 선정총회의 결과를 존중하는 동시에 향후 결과에 대한 어떠한 가처분이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반면 GS건설은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은 2292명으로 이 중 1000명 정도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연령도 70세 이상으로 30년 넘게 거주한 조합원들도 상당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

조합원 H씨는 "사회 경험이 많은 조합원들은 건설사의 비방과 홍보 내용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며 "입찰 제안서를 확실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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