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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日명품맥주 에비스 맛보니 풍미는 일품, 가격은 `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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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일본산 슈퍼프리미엄 맥주 에비스. 한국에는 500㎖와 350㎖ 캔을 각각 출시했다. 500㎖이 4700원, 350㎖가 3900원으로 다소 비싸다./사진=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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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25] '슈퍼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일본 맥주 에비스가 최근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그냥 프리미엄도 아니고 슈퍼 프리미엄이라니 뭔가 특별한 게 있나 싶어 혹했다가도, 요즘 좀 괜찮다 싶은 맥주 중에 프리미엄을 자부하지 않는 맥주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김이 샜다.

에비스라면 일본에서 몇 번 마셔본 적이 있었다. 쓴맛이 강하다는 것 말고는 큰 인상이 남지 않았다. 그런데 수입사는 에비스가 입맛 까다로운 일본 맥주 시장에서 고가 제품으로 자리 잡은, 검증된 술이라고 소개했다.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도 했다. 그때 내가 제대로 맛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다시 한 번 마셔보기로 했다.

비쌌다. 편의점에서 500㎖ 1캔에 4700원이었다. 요즘 편의점에서는 어지간한 수입 맥주 4캔을 묶어 1만원에 판다. 대략 1캔에 2500원이라고 치면, 에비스는 다른 수입 맥주보다 2배쯤 비싼 셈이다.

잔에 따른 에비스는 빛깔부터 달랐다. 짙은 황금색 액체가 잔 안에서 넘실댔다. 거품의 밀도가 높았다. 지속 시간도 길었다. 역시 쌉싸름한 맛이 도드라졌다. 쓰기는 쓴데 고급스럽고 기분 좋은 쓴맛이었다. 풍미가 깊어서 마신 뒤에는 기분 좋은 향이 입안에 남았다.

에비스 수입사는 "엄선한 독일 바이에른 아로마홉을 사용해 장기간 숙성하고, 발효 과정에서는 에비스만의 특별한 효모를 사용한다. 숙성 기간은 일반 맥주보다 1.5배 정도 길다"고 설명했다. 과장이 없지 않겠지만, 수긍할 만했다.

에비스 잔을 비우고 냉장고에서 일본 맥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꺼냈다.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다. 거품이 풍성하고 향기가 뛰어나다. 특히 부드럽게 입안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특유의 거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잔 마셨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내가 마셔왔던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아니었다. 너무 밍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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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시판되지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흑맥주 등 다양한 제품을 맛볼 수 있다. 오리지널의 성패에 따라 흑맥주 등 제품의 국내 시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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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 때문이었다. 에비스의 맛이 너무 진해서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가 묽게 느껴진 것이었다. 에비스만 마실 때는 잘 몰랐는데, 다른 맥주와 연달아 마시니 맛의 차이가 분명했다.

그래서 에비스만 마실 거냐고? 잘 모르겠다. 에비스는 맛있다. 하지만 보통 맥주보다 2배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내게는 에비스 1캔이 주는 만족감보다 다른 수입 맥주 2캔이 주는 만족감이 더 크다. 에비스와 동시에 마시지만 않는다면 4캔에 1만원짜리 중에 훌륭한 맥주가 너무나 많다.

이 가격으로 에비스는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몇몇 맥주 마니아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에비스가 한국에 수입되지 않던 시절, 일본 여행을 갈 때마다 캐리어 1개에 에비스를 가득 채워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다. 대형마트에서 아내 눈치를 보다가 결국 에비스를 카트에 싣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남편들을 보았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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