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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책과 삶]학대받는 침팬지의 편에 선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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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의 대화

로저 파우츠·스티븐 투켈 지음, 허진 옮김 |열린책들 | 528쪽 | 2만5000원

경향신문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동물 권익 운동가인 로저 파우츠 박사의 에세이가 번역 출간됐다. 이 에세이는 파우츠가 침팬지 ‘워쇼’와의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자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학대하는 인간 사회를 고발하는 글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 연구에 몰두했다. 침팬지를 인간 아이처럼 키우는 ‘교차 양육’ 연구가 진행됐다. 파우츠도 연구 조교로 침팬지 워쇼를 만났다. 연구진의 집에서 키워진 침팬지들은 자연스레 습득한 ‘수화’를 통해 인간과 대화할 수 있었다. 침팬지끼리도 수화로 의사소통을 했다. 그런가 하면 심심할 땐 잡지를 펴보고, 손님이 오면 차를 대접했다. 파우츠는 “나는 워쇼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되새겨야 했다”고 회고한다.

당시 연구를 위해 ‘포획’된 침팬지들은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공간에 보내지거나 에이즈·간염과 같은 의학 연구에 ‘사용’됐다. 인간의 집에서 자란 침팬지들도 7세 이후가 되면 실험실로 가야 했다. 침팬지들은 좁은 철창에 갇혀 매를 맞거나 전기 충격을 받았다. 파우츠는 “피실험체를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실험 제1원칙을 어기고 이런 연구 시스템을 고발한다. 자신의 경력에 위험이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인간이란 본질이 아니라 존재의 한 형태뿐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철창 안에 갇힌 어린 침팬지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 슬픈 눈망울은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199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침팬지 연구의 필독서로 꼽힌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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