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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궁금증 '톡'] 70%·84%·87%?…한국 무역의존도는 고무줄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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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5년 한국 무역의존도

통계청·세계은행·OECD 각기 달라

무역거래 포괄 범위 차이에서 비롯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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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가 수출입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역의존도’ 지표가 최근 들어 부쩍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무역의존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소개되기도 하며 미국 등 일부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도 제시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무역의존도 산출법이나 공표 방식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국제기구가 쓰는 잣대와 다르고, 국내에서도 기관마다 차이가 있어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무역의존도 수치는 통계청이 제시한 값이다. 통계청은 국가통계포털(KOSIS)에 국가별 무역의존도를 매년 9월 ‘계산’해 올려놓는다. 이를 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69.93%로 한 해 전(77.83%)보다 7.9%포인트 낮아졌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무역의존도도 이 수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국제기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통계시스템에는 통계청 집계와는 다른 수치가 올라가 있다. 그 격차도 크다. 세계은행(WB)은 2015년 한국의 무역의존도를 83.71%로 제시한다. 나아가 이 기구는 2011~2012년 두 해에 걸쳐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100%가 넘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이와 엇비슷한 수치를 통계 사이트에 올려놨다. 통계청 집계와 국제기구의 집계 간에 10%포인트 남짓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수출입액 차이가 무려 160조원 정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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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동안의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금액을 명목 국내총생산으로 나누는’ 같은 계산법((수출액+수입액)÷명목GDP×100)을 쓰는 데도 이런 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뭘까. 통계청과 국제기구가 수출입액 포괄 범위가 서로 달라서다. 산식에서 분모는 같은데 분자가 다르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수출입액 정보를 관세청 자료에서 가져오는 터라 세관을 거쳐간(통관기준) 무역 거래만을 따진다. 반면 국제기구는 국민계정(SNA)에 나타난 수출입액을 무역 규모로 간주한다. 여기에는 통관 기준 수출입액 뿐만 아니라 통관 절차를 밟지 않는 가공무역이나 중계무역 규모도 모두 담겨 있어서 통관기준보다 포괄범위가 훨씬 더 넓다.

또한 선박과 해양플랜트처럼 제조 기간이 긴 수출품도 통계 반영 시점이 통관기준과 국민계정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통관기준은 완제품을 넘겨줄 때(즉 국경을 통과할 때) 수출금액 전액을 통계에 반영하나, 국민계정에서는 제조 기간 동안에도 공정 진도에 맞춰 발주금액의 일정금액만큼씩을 수출액에 반영한다. 국경 통과 여부보다 ‘소유권 이전 여부’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국민계정이 좀더 경제의 실질에 맞는 정보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화와 서비스 거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국제수지 통계(한국은행 집계)도 기본적으로 국민계정을 따른다.

한국은행도 무역의존도를 매년 자체 통계 사이트(ECOS·10.1.1)에 올려놓고 있다. 다만 ‘무역의존도’란 표현 대신에 ‘수출입의 대 GNI(국민총소득) 비율’이라고 표현한다. 한은은 통계청이나 세계은행 등과 달리, 무역의존도를 ‘소득’ 기준으로 파악하는 셈이다. 한은 산출법에선 수출입액외에도 국외에서 벌어 국내에 송금한 소득(국외수취요소소득)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 해외에 송금한 소득(국외지급요소소득)도 포함된다. 이 기준에 따라 산출한 무역의존도는 대략 국제기구가 제시한 수치와 대략 엇비슷하다. 2015년 기준 무역의존도는 86.7%이다.

통계청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통계포털에 올라간 다른 나라의 무역의존도를 계산할 때) 수출입액은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자료에서, 명목국내총생산은 세계은행 자료에서 가져왔다. 국가통계포털에 올라간 무역의존도는 통계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 수치로, 국가 승인 통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은 국민계정 담당자는 “무역의존도는 연구자나 기관에 따라 집계 방식이 다르고 공통된 기준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계 이용자들이 각각의 차이를 잘 살펴 활용하고, 통계 작성자는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은 통계청 기준보다 국민계정 수치를 토대로 한 한은이나 국제기구 잣대를 쓰는 게 좀더 유리하다. 미국 정부는 통관 기준 무역 통계를 토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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