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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잃어버린 도시 Z' 이토록 우아한 정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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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잃어버린 도시 Z' 영화 리뷰

중앙일보

'잃어버린 도시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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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Lost City Of Z | 감독·각본 제임스 그레이 | 출연 찰리 허냄,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톰 홀랜드 | 원작 데이비드 그랜 | 촬영 다리우스 콘지 | 의상 소니아 그랜드 | 음악 크리스토퍼 스펠만 | 장르 모험, 드라마 | 상영 시간 141분 | 등급 12세 관람가

★★★☆

[매거진M] 이토록 우아한 ‘정글’이라니.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 논픽션(홍익출판사)이 원작인 ‘잃어버린 도시 Z’는 ‘비열한 거리’(1994) ‘이민자’(2013) 등을 연출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신작이다.

1906년, 영국 탐험가 포셋(찰리 허냄)은 부관 코스틴(로버트 패틴슨)을 비롯한 탐사대와 함께 남미 아마존을 탐험하던 중, 미지의 고대 도시 ‘Z’에 대한 증거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후 탐사는 번번이 실패하고,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후원도 끊긴다. 그러나 Z를 향한 포셋의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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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 사진=메인타이틀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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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실존 영국군 장교이자 탐험가였던 퍼시 포셋(1867~?)의 일대기와, 그가 평생 매달렸던 아마존 탐험에 관한 이야기를 사색적으로 전개한다. 왕립지리학회, 포셋의 가정 등 고향 영국의 공간들은 무척 건조하고 단조롭게 그려지지만, 포셋이 아마존 정글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몹시 환상적이다.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카메라는 포셋의 시선에 이입해, 정글을 위험천만한 오지가 아닌, 완전무결한 지상 천국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북극의 나누크’(1922, 로버트 J 플래허티 감독) ‘실론의 노래’(1934, 바질 라이트 감독) 등 20세기 초 기록영화를 연상시키는 교향곡이 새 소리와 함께 신비롭게 어우러진다. 자욱한 안개처럼 영화 전체에 감도는 성스러운 정서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간의 의식을 초월한 종교적 체험, ‘누미노제(Numinose)’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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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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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꿈에 젖은 얼굴로 포셋을 연기한 찰리 허냄은 ‘퍼시픽 림’(2013,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 블록버스터 출신 미남 배우의 굴레를 과감히 벗는다.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톰 홀랜드 역시 탄탄한 연기로 포셋의 여정을 보조한다.

하지만 종교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에 비해 포셋의 일대기가 다소 설명적으로 나열되는 점은 아쉽다. 집착과 역사적 사명, 몽상과 인류애의 경계를 오가는 포셋의 심리를 대부분 대사에 의존해 표현하기 때문. 다만 100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추구했던 신념과 열정을 이처럼 집요하면서도 기품 있게 보여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련하고 몽환적인 영화의 열린 결말은, 눈으로 볼 순 없어도 늘 Z의 존재를 감지하고 확신했던 포셋의 삶에 바치는 그레이 감독의 영적(靈的) 결론이다.

TIP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는 포셋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알려졌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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