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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1세대 재벌총수’ 김준기 회장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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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비서 성추행혐의로 피소/“물의 사과”… 후임에 이근영

세계일보

여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사진) 동부그룹 회장이 21일 사임했다.

김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개인 문제로 회사에 짐이 돼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그룹 회장직과 계열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국내 주요 재벌그룹 총수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1세대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등 이미 창업 4세대까지 등장한 재계에서 ‘어른’ 역할을 해왔으나, 성추행 사건으로 50년 가까이 이끌어온 그룹을 떠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회장은 1969년 고려대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금융과 보험, 전자 등으로 업종을 확장하며 동부그룹을 재계 20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부친은 제3대 민의원부터 무려 7선을 지내고 공화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 헌정회장 등을 역임한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난을 겪던 동부그룹은 회사의 모태였던 동부건설을 매각했고 동부제철마저 채권단에 손에 넘기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0년 재계 순위 15위였던 동부그룹은 지난해 기준 30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구조조정 작업에 따른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최근 건강이 악화된 상태로 현재 신병 치료차 미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경찰 소환 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후임에는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선임됐다. 이 고문은 행정고시 6회 출신으로 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이 고문은 2008년 동부메탈·동부생명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2010년 동부화재 사외이사, 2013년 동부화재 고문 등을 역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이후 동부그룹의 주력사업이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 금융 부문으로 재편됐다”며 “금융전문가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이 고문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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