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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美, 8년만에 풀린돈 회수…12월 금리인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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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보유자산 축소 개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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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QE)' 실험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연준이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거 매입하는 양적완화 카드를 처음으로 꺼내든 게 8년 전인 2009년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채권을 사들이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펼친 것이다. 하늘에서 돈다발을 뿌리는 것처럼 전례 없이 과감하게 유동성을 확 푸는 게 위기 탈출에 효과적이라는 지론을 고수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에게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제 뒤를 이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9년 만에 방만하기 그지없던 연준의 몸매(보유자산)를 다시 슬림하게 만드는 다이어트의 첫발을 내디뎠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마지막 수순이다.

현재까지 연준은 세 단계에 걸쳐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이로 인해 금융위기 전 9000억달러에 불과했던 연준 보유자산 규모는 4조5000억달러까지 육박했다. 보유자산의 대부분은 미국 국채(2조5000억달러)와 MBS(1조8000억달러)로 이뤄져 있다.

옐런 의장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점진적으로, 예상 가능하도록 축소하겠다"며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판단돼 보유자산 축소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예고한 다이어트 계획은 이렇다. 최초 시점(다음달)에는 미국 국채 60억달러, MBS 40억달러 등 100억달러를 월별 만기상환 한도로 설정하고 분기마다 60억달러, 40억달러씩 늘려 1년 뒤에는 300억달러와 200억달러 등 총 500억달러까지 월별 만기상환 한도를 키우기로 했다.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채권의 재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물론 이건 한도이기 때문에 연준이 이 금액만큼 줄일지는 알 수 없다. 미국 경제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할 공산이 커 연준의 자산 규모가 얼마나 감소할지는 불투명하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연준의 자산 규모가 몇 년 내로 2조4000억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대다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12월 인상 전망을 유지했다. 12월 인상이 예상대로 이뤄지면 지난 3월과 6월 인상을 포함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회 금리 인상을 통해 내년 말 2.125%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2019년에는 지난 6월 전망치(3회)보다 한 차례 적은 2회 인상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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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보유자산 축소 발표와 함께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고수하면서 시장에서는 매파적 행보였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의 '쌍끌이' 긴축 방침을 피력하자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등했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이날 연준의 회의 결과 발표 직후 1% 가까이 올라 92.70을 나타냈다. 달러화당 엔화값은 21일 오전 112.65엔에 달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 2년 만기 금리는 이날 장중 1.446%까지 올라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통화정책 역사에서 2009~2012년 실시한 양적완화가 처음이듯 이번 양적 긴축도 역시 처음이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연준의 '돈줄 죄기'가 시장 충격을 부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여전하지만 일단 시장의 큰 혼란은 없는 모습이다. 연준이 지난 6월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내비쳐 예방주사를 놓은 데다 다음달 첫 개시 이후에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긴축 조치가 JP모건,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들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은행 예대마진 등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여파에 대해서는 휘발유를 포함한 일부 제품가격이 상승해 물가를 다소 자극할 수는 있지만 중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연준은 판단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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