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자료 재차 요구하자 허위 자료 제출
방사청, 엉터리 원가자료로100억대 손실
환차익·전산조작…연말 ‘벼락치기’까지
검찰, 하성용 전 대표 21일 구속영장 청구
자본시장법 위반, 사기 혐의 적용
KAI의 경영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20일 긴급체포한 하성용(66) 전 KAI 대표를 상대로 원가 자료를 조작한 경위와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관계자는 “KAI 압수수색 과정에서 같은 부품에 대한 실제 원가가 기재된 문건과 원가를 부풀려 허위로 작성한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은 하 전 대표의 결재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4일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당한 KAI 서울사무소.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조업체인 KAI에게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성장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검찰은 KAI 측이 목표 매출액을 설정한 연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분식회계를 통해라서라도 이를 달성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조사 결과 KAI는 부품 원가 부풀리기를 통해 상당한 액수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KAI와 고등훈련기(T-50) 등 항공기 독점 납품 계약을 맺었던 방사청은 이로 인해 10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방사청 원가 관련팀 소속 임직원들은 최근 최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KAI 측으로부터 받은 문건들을 제출하고 피해 상황을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KAI 측이 초기에는 방사청에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해오다가 나중에는 아예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뒤 제출하는 방식으로 방사청을 속였다”고 설명했다.
KAI가 군 방사청에 납품한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카이는 목표 매출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연말에 전산조작을 통한 '벼락치기' 방식도 동원했다. 검찰 조사 결과 KAI 회계 관련 부서 직원들은 해외 프로젝트에서 미실현 이익을 선반영하거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에서 출고되지 않은 원재료를 이미 출고된 완제품인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 등으로 이익과 매출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과다 계상한 매출액을 토대로 KAI는 기업어음(CP)을 추가로 발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KAI 경영진이 조작된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을 기만한 것으로 판단하고 하 전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사기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하 전 대표는 분식회계 이외에도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배임수재, 비자금 조성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하 전 대표는 상당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분식회계와 관련해 원가 부풀리기나 전산 조작 등은 몰랐거나 실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하성용 전 KAI 대표. [연합뉴스] |
검찰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그런 지휘권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하 전 대표가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정점에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1일 하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