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인 100만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 애플의 아이폰X(텐) 등 세계 1·2위 스마트폰 업체들의 최신 제품들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고, 구글이 LG전자와 손잡고 다음 달 4일 출시키로 한 스마트폰 '픽셀2 XL' 주력 모델의 가격도 100만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업계의 기준을 제시해온 주요 업체들이 모두 100만원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100만원 시대'가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가격 상승 불러
20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구글은 내달 4일 출시 예정인 최신 스마트폰 '픽셀2 XL'(저장용량 128GB 모델)의 판매 가격을 949달러(107만7600원)로 정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내놓은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5년 전 아이폰5 기본 모델(저장용량 16GB)의 출시 가격(199달러·22만5000원)보다 5배가량 비싸다.
스마트폰 신모델 발표 주기가 1년에서 6개월 단위로 단축되면서 제품 개발 비용도 급상승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은 "2~3개 팀이 돌아가면서 차기, 차차기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상황"이라면서 "과거(5~6년 전)와 비교해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이 몇 배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더불어 스마트폰 판매에 들어가는 영업과 마케팅 비용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은 연말까지 총 150개국에, 애플 아이폰X은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100여 개국에 출시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마케팅 비용으로 연간 10조원을 쓴다"면서 "출시 국가·제품이 늘어날수록 마케팅 비용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 가족 스마트폰 값만 수백만원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지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한 사람당 100만원씩, 한 가정으로 따지면 아빠·엄마·자녀가 수백만원을 손에 들고 다니는 셈"이라며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사들이 통신 업체들이 뿌리는 보조금을 감안해 5만~10만원씩 가격을 높여서 출고한다고 비판한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떨어뜨렸을 때 가장 잘 망가지는 스마트폰 액정은 수리 가격이 20만~30만원에 육박한다. 아이폰 배터리는 교체 비용이 5만~9만원이다. 스마트폰 분실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경우에도 스마트폰 가격의 20~3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109만원짜리 갤럭시노트8 스마트폰을 3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24개월 할부 구매를 하면 매달 내야 하는 할부금만 3만2900원이다. 스마트폰 보험(3800~5800원)까지 포함하면 4만원에 육박한다.
영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는 지난 8월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폰 적정 가격은 582달러(66만원)"라며 "1000달러(112만원)가 넘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살 사람은 5명 중 1명도 안 된다'고 밝혔다. 통신업체가 제공하는 보조금이 없다면 살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정철환 기자(plomat@chosun.com);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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