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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비키니 입으면 노출증?"...한수원 공익 광고 '성 상품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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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성을 상품화한다고 볼 수 있는 공익광고를 KTX와 서울 지하철 등에서 방영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한수원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되는 동안 원전과 관련된 홍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며 기존에 계약한 광고 시간에는 지난 2015년에 만들었던 공익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는 "당신은 상식적인 사람인가요. 다음 영상에서 비상식적인 점을 찾아보세요"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후 해수욕장에서 여성 3명이 겉옷을 벗어 던지고 비키니를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때 여성들의 모습은 슬로우모션으로 처리되며 몸매가 부각된다. 이후 자막으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어 한 여성은 "아이들이 앞에서 막 벗는 것?"이라고 답한다. 또다른 한 남성은 "흐흐흐"라고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또다른 여성은 “노출증?”이라고 말한다. 이후 광고 자막에는 "그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라며 수영을 하기 전에는 준비운동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알린다.

한수원의 유튜브 계정에는 해당 광고 영상에 대해 "화창한 날씨. 넓게 펼쳐진 바다와 예쁜 백사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가족들 사이로 갑자기 젊은 여성 무리가 나타나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집니다. 여기서 가장 비상식적인 부분은 무엇일까요?"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조선비즈

한국수력원자력이 2015년 제작해 상영했던 공익 광고 바다편의 내용. 한수원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규 광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 없는 공익광고를 상영하고 있다. /한수원 공익 광고 화면 캡처.



이 광고는 2015년 한수원에 제작했던 공익광고 시리즈 3편 중 하나다. 한수원이 2015년 광고를 다시 방영하는 것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화 조사 기간 동안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이 없는 광고를 방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환경단체 등은 한수원의 철저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 광고 중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신규 광고를 중단하고 기존에 계약한 광고 시간에는 과거 제작했던 공익 광고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정성을 위해 한수원이나 원자력 색깔이 나지 않도록 공익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광고가 여성 입장에서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이지은(27)씨는 “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왜 노출증이라고 비난받아야 하는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라면서 “비키니 입은 여성들을 본 남성이 음흉한 웃음을 짓는 것도 성적 대상화를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왜 공익광고에 젊은 여성의 몸매를 관음하고, 그들은 준비운동도 안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신중하지 못한 존재 역할을 전담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2015년 제작 당시 각 방송사 등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판단하고 광고 영상을 상영했다”면서 “여성을 희화화한다는 지적이 있어 광고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세종=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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