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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 위한 최종 이사회 개최…"파격 러브콜에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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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불리해진 WD, 의결권 포기하는 막판 ‘초강수’
한미일 연합도 ‘조커’인 애플 내세워 ‘굳히기’ 돌입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처를 결정하기로 한 이사회를 20일 개최했다. 인수전이 최종 단계에 이르자 한·미·일 연합, 신(新)미·일연합, 훙하이정밀공업 등 각 진영이 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도시바 경영진이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매각 결정을 한 주 더 미룰 것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일본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신미일 연합을 주도하는 웨스턴디지털(WD)도 도시바에 새로운 양보안을 제안했다. WD는 미래의 경영권 취득 방침을 철회하는 내용의 양보안을 도시바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초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최종 조율 중이던 도시바가 재고에 들어갔다.

조선비즈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 매각처를 결정하기 위해 20일 이사회를 열었다./ 블룸버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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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WD는 도시바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후보자였다. 우선 도시바의 최대 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의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중국 등지에서 도시바의 독단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각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실제 WD는 매각의 적법성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WD는 이 같은 유리한 입지를 바탕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혀왔지만 애플이 끼어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주요 제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는 도시바가 WD에게 넘어갈 경우 부품 수급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감지한 애플은 한미일 연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애플은 WD에는 "도시바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보낸 바 있다. 이에 다급해진 WD가 막판에 의결권 포기라는 초강수를 뒀다.

한·미·일 연합을 주도하는 미국의 투자회사 베인캐피탈 역시 더 매력적인 제안을 위해 애플 측에 협조를 요청 중이다. IT업계 최대의 구매자인 애플을 끌어들인 한·미·일 연합은 애플의 출자 금액을 기존 30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늘리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끌고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러지 등이 참여한다.

새 참여자들도 도시바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미·일 연합에 일본 광학기기 업체 호야(HOYA) 등도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도시바와 함께 일본 측이 도시바메모리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훙하이정밀공업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속한 소프트뱅크도 잠재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0일 이사회를 통해 도시바 반도체 매각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다음 주로 밀릴 가능성도 나온다"며 "시간을 끌수록 계속 파격적인 조건이 나오니 도시바 경영진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 신미·일 연합에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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