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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비즈 르포] 르노車에서 풍기는 'F1'의 향기...비리 샤티용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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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남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르노의 비리 샤티용센터. 이곳에선 르노스포츠팀의 F1(포뮬러원) 머신에 들어가는 고성능 엔진을 연구·개발한다. 상암축구장 면적의 1.5배 수준인 총 1만㎡ 크기의 이 센터에는 엔진 설계와 제작, 작동테스트, 경주 운영 부서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이 만들어지는 곳이라 출입 통제가 철저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는 스티커로 모두 가리고,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 비표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F1머신 엔진은 자동차 회사 중에서도 극히 일부 회사만 만들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1.6리터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900마력 이상의 힘을 내야 하는 F1 엔진은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 혼다 등 4개사만이 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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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샤티용센터 전경./르노 제공



지난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F1 복귀를 발표했다. 2012년 F1에서 철수했던 르노가 다시 F1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F1은 양산차 분야 성능 향상과 기술적 발전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르노의 기술과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무대다.

제롬 스톨 르노 스포츠레이싱 총괄 회장은 "아직 몇몇 국가에서는 르노의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F1의 주요 참가자가 돼 경쟁사를 이긴다면 브랜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적을 올리고 2020년이 되면 챔피언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제 주행보다 시뮬레이션 실험으로 대체

F1 엔진 테스트실에 들어서자 경주용 머신 특유의 굉음 소리가 들렸다. 엔지니어와 F1드라이버가 작업하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그래프가 나타났다. 이날은 엔진의 기어 단수 변화에 따른 내구성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테스트는 F1드라이버가 가상으로 드라이빙을 하고, 이를 컴퓨터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엔지니어와 드라이버가 함께 엔진 내구성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경주용 차량이 실제 트랙을 달리는 것과 동일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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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스포츠 깃발./ 르노 제공



비리 샤티용센터에선 12개의 테스트실에서 완성된 엔진의 동력성능을 매일 시험한다. F1 경기가 열리는 전세계 경주트랙 데이터를 입력해 엔진을 실제 경주하는 조건에 맞게 구동한다. 로랑 드부 엔진 테스트 공정 책임자는 "실제 경주용 차량 데이터와 F1서킷의 환경 데이터를 입력해 실험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엔진 설계실 입구에는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과 내년 F1 차량의 심장이 될 엔진 모형이 3차원 프린터로 만들어져 있다. 이 엔진 모형에 구동 부품과 전장부품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면서 최적의 상태를 만든다. 또 모든 부품의 설계와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설계의 완성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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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머신에 들어가는 엔진을 설계하는 모습./ 르노 제공



프레데릭 쥐스떼 엔진설계 사무소 책임자는 "엔진 모형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실제 엔진 제작 과정에 참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 엔진을 트랙에서 사용할 때 발생하는 충격이나 열, 전기·전자부품에 대한 영향을 알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시험을 통해 기준을 통과한 르노의 F1 엔진은 르노 이외에 레드불 F1팀에도 제공된다. 르노 RS27(2.4L V8) 엔진을 사용한 레드불 F1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F1에서 드라이버와 WRC 매뉴팩처러 우승을 연달아 차지한 바 있다.

◆ F1머신의 기술, 양산차에 녹아 들어

비리 샤티용센터에서 개발한 엔진의 기술은 향후 르노의 양산차에 적용된다. F1머신 엔진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직분사, 터보차저 기술이 르노 양산차 모델의 연비를 강화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르노 양산차 엔지니어들은 매년 F1팀에 합류해 신차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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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팀의 최신 F1 경주차 R.S 17./ 르노 제공



F1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엔진 기술은 최종적으로 르노 기앙쿠르 테크노센터에서 양산차에 접목된다. 르노 테크노센터는 기술·디자인 인력을 포함해 무려 1만2000여명이 근무하는 곳으로 자동차 설계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디자인을 통합 관리하는 르노의 핵심 시설이다.

테크노센터 관계자는 “F1에서 발전시킨 스피드 관련 기술과 르노 레이싱 차량 엔진 분석 기술은 양산차 개발 과정에서 녹아들어간다”며 “르노 F1 엔진 설계·개발 담당인 비리 샤티용 센터와 양산차 개발 담당인 기앙쿠르 테크노센터는 최근 수 년간 협력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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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테크노센터 전경./ 김참 기자



F1기술이 양산차에 접목된 대표적인 결과물이 터보 엔진이다. 터보 차지 기술을 이용하면 엔진의 부피와 최고 RPM을 낮추면서도 출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배기가스의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터보차저를 이용해 회수하고, 이 에너지를 이후 흡기해 실린더 내 압력 증가에 사용한다. 르노는 1977년 R.S.01 터보 엔진으로 처음 F1에 참여했을 때부터 터보 엔진과 경량화 기술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량화, 마찰 감소, 전자 제어 등도 F1 관련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얀 빠랑또엔 테크니컬 책임자는 “F1 기술이 엔진 이외에도 차량 소재와 디자인, 주행 경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 샤티용(프랑스)=김참 기자(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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