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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예측 못할 중국" 기업투자 14년전 수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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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7월 중순 서울 여의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 한국사무소에 한 국내 중견 화장품 업체 임원이 찾아왔다. 이 업체는 작년부터 중국 생산·판매망을 급격히 확대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경제 보복'이 심화되자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린 것. BKPM 정민궁 과장은 "올 초부터 협의 요청이 몰려들어 일정을 잡기 어려울 정도"라며 "업종도 발전 사업 등 중공업 위주에서 화장품,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 탈(脫)중국 바람이 일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이 어려워지자 동남아·유럽·미국 등으로 생산 기지와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액이 작년보다 30%나 증가한 가운데 대(對)중국 투자는 30% 줄어든 11억달러에 그쳤다. 2008년 이후 매년 30억달러(약 3조3800억원) 이상을 유지했다가 올해 들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무역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 투자가 2003년 이후 14년 만에 20억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상반기 국내 기업의 미국·일본·아일랜드·인도네시아·폴란드 등 비(非)중국 지역에 대한 투자는 작년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50% 가까이 급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넥스트 차이나'인 인도와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면담을 갖고 투자 방안을 협의했고 이달 7일에는 베트남 투자계획부 장관이 현대차 본사를 방문했다. 현대차는 현재 동남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 두 곳에 조립 공장을 짓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7월 인도 법인을 세우고 인도 아난타푸르 지역에 2019년까지 모두 11억달러(약 1조2400억원)를 투입하는 생산 시설 건립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4월부터 미국·일본·베트남을 잇달아 방문하며 중국 사업 위주였던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롯데는 33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하노이에 복합쇼핑몰을 짓고 있고, 호찌민에도 2조원 규모의 복합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사드 보복으로 기업들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defying@chosun.com);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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