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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허스토리 #8] 회계사, 속옷 시장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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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의 8번째 주인공은 커스터마이즈 속옷 브랜드인 ‘소울부스터’입니다.

올해 5월 정식 론칭한 소울부스터는 35가지 온라인 퀴즈를 통해 고객의 체형을 파악한 뒤 그에 최적화된 속옷을 추천해주는 온라인 속옷 기업입니다. 제품은 주문 후 제작 방식으로, 400여 가지의 속옷 패턴을 기반으로 내게 꼭 맞는 속옷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울부스터는 공인회계사 출신의 박수영 대표가 개인적으로 느낀 불편함을 없애고 나아가 속옷 시장의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론칭한 지 몇달 되지 않았지만 고객과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고 있는데요.

여성 속옷 브랜드의 의미있는 이정표를 남기고 싶다는 박수영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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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소울부스터 대표/사진=플래텀 DB

서비스 한 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맞춤형 속옷 브랜드 입니다. 여기서의 맞춤이란 ‘고객의 가슴 체형 유형에 따라 카테고리를 재생산하고 그에 알맞은 제품을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회계사란 직업을 내려놓고 속옷 업계로 뛰어든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우선 부모님이 옷가게를 운영하셨기에 자연스럽게 옷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어느날 아우터보다 속옷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알게되었고, 스타일의 완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맞지 않는 속옷 때문에 더 이상 불편해 하지 않고 당당하게 스타일을 완성하는 여성들로 거리를 채우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일반적인 속옷의 어떤 불편함이 창업의 동기가 되었나요? 아울러 속옷 시장에서 뭘 바꾸고 싶으세요?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요. 일단 체형에 잘 맞지 않는 브라를 단순히 디자인만 보고 파는 경우가 많죠. 흔히 ‘컵’이 몸에 맞지 않을 때 제품이 아닌 고객의 체형을 문제 삼거나 체형이 아닌 사이즈만 보고 제품을 판매하는데, 그 사이즈도 틀릴 때가 많습니다.

사이즈를 재는 방식도 매장마다 달라 제대로 된 사이즈를 추천 받지 못하기도 하고요.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하는데 속옷은 번번이 벗기도 귀찮죠. 처음 보는 사람이 가슴을 만지는 것 등 여성의 속옷 구매는 결코 좋은 구매경험을 주지 못합니다. 이 부분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사업을 구상할 때 벤치마크한 기업이 있었나요.

트루앤코의 ‘써드러브(third love)’를 참고했어요. 트루앤코는 미국에서 1억3,000만명의 가슴 형태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속옷에 맞춤 제작을 시도한 맞춤형 속옷 제작 기업입니다. 트루앤코는 이후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등을 보유한 최대 패션 그룹 PVH에 인수됐습니다. 이들의 성장을 보며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소울부스터 속옷은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요.

옷을 입을 때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가장 차별점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 속옷은 고객의 가슴 구조에 맞춘제품이에요. 과학적 기준과 데이터에 따르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컵이 남거나 비어서 불만족스러운 경우는 없었습니다. 결국 핏을 잘 살려주면서도 착용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이를 테면 C컵이상 큰 가슴은 가슴이 조금 처지거나 윗볼륨이 부족할 수 있어요. 그런 고객에게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브라를 제공할 수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본인이 가진 여성스러운 체형을 잘 살려주는 게 장점이죠.

KC인증을 받은 피부에 순한 소재로 만드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인증은 포름알데히드, 아릴아민, 알러지성염료, PH 등이 들어가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것인데요. 1급 발암물질, 피부염, 알러지 등을 유발하지 않는 물질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인증은 저희 같은 온라인 제품 브랜드에서 받기 어려운 것이어서 더욱 의미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한국에서 보정속옷을 가장 잘 만든다는 디자이너, 공장에서 최소 30년이상의 경력을 가진 분들과 작업해 만들었어요.

35개의 질문을 통해 맞춤형 제품을 제작하는데요. 이 질문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우선 가슴의 구조화를 잘 해야 패턴을 바르게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에 가슴을 세 가지 축으로 나눴습니다. X는 간격, y는 위치과 처짐, 그리고 z는 옆에서 봤을 때 돌출인지 흉곽이 튀어 나왔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그것을 묻는 질문이 있고, 체형학과 골상학 기준에 따른 어깨와 골반라인 및 몸매 비율도 참고했어요. 성형외과도 많이 다니며 자문을 구했고 여성들이 많이 밀집한 커뮤니티도 참고했어요.

소울부스터가 더욱 신뢰받는 제품이 되기 위해선 더 많은 빅데이터와 정확한 통계가 필요할듯 싶어요.

부정확한 자료를 제외하고 8월 기준 14,000여개 정도 확보했습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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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만 투자하면 기업이 제공하는 432개 제품의 한가지를 추천받을 수 있다.

브라 컵을 제대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운영을 하며 고객에게 물어보면 80%가 넘는 고객이 ‘컵’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어요. 근데 이 컵이 바뀌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전엔 80 사이즈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체형이 바뀌며 흉곽 둘레가 줄게 돼 75가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됐는데 컵은 바뀌지 않았죠. 즉 A와 B사이즈 컵은 같고 둘레만 다른 사이즈가 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는 컵이 바뀌지 않는 이상 속옷의 개혁은 어려울 거라 봤습니다. 이에 컵을 생산하기로 했지만 이를 제대로 개발하는 곳이 없었어요. 게다가 손으로 석고를 뜨더라고요. 기계로 만들 순 없을까 고민하던 중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선 모두 컵을 기계로 제작하더라고요. 손보다 빠르고 주기에 맞게 체형 수정을 빨리 할 수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이에 착안해 현재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근래 여성 속옷은 디자인이 강조된 제품이 많습니다.

국내에선 미국,프랑스, 일본 등 세계에서 유명한 브라를 가져온 뒤 컵에서 1mm옮기고 하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즉 체형 보단 디자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란제리’인거죠. 언더웨어와 란제리는 다릅니다. 소울부스터는 언더웨어 브랜드를 지향합니다.

편안함도 중요하지만 속옷도 패션 영역으로 보는 인식이 있어요. 소울부스터의 디자인이 예쁘지 않다는 소비자 의견도 있는데.

우리는 속옷 취향을 다양화해 주려고 해요. 예를 들면 A고객은 보이시하고 쿨한 패션을 즐깁니다. 그에게 비슷한 체형과 얼굴색을 가졌지만 여성스러운 걸 즐기는 B 고객 취향도 제안해보는 거죠. 그렇게 입더라도 잘 어울린다는 걸 과학적으로 검증해주면서 말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지금껏 고객이 쌓아준 데이터와 이를 활용할 인공지능이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발전할 생각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희는 벗어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란제리’ 속옷을 제작하는 게 아닙니다. 디자인보단 패턴과 체형을 맞추는 ‘언더웨어’에요. 물론 디자인은 예뻐야 해요. 언더웨어에서 베이직 라인을 확장하고 검증받은 뒤에 디자인 요소를 갖춘 제품들로 넓힐 예정입니다.

다음 라인업은 수면브라, 생리팬티라고요.

핏감보단 편안함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 만든 제품이라 수면브라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생리팬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정식 출시한 라인은 아니에요. 그리고 여성들은 월경 때 생리대 및 탐폰 및 생리컵을 사용합니다. 이때 생리팬티가 그 역할을 다 해줍니다. 특히 운동할 때와 잘 때 유용할 것이라 봐요. 그만큼 자신 있게 만들었습니다. 운동할 때 샐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잠잘 때 탐폰으로 인한 쇼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요즘처럼 생리대에 대한 불안함을 저희 제품으로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객으로부터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5월에 정식 론칭을 했는데 3회 이상 구매한 고객이 꽤 됩니다.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가 정의한 평균적 재구매율 수치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예상 기간보다 짧아 놀라고 있습니다.

모든 여성은 속옷을 입기에 그들과 통하는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다만 다양한 패턴에 맞추기에 취향을 100% 맞출 순 없습니다. 일단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올려놓고 디자인을 가미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선주문으로 몰드(컵)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즉 기존의 속옷 공장에선 1부터 50까지 획일화돼 있는데 비해 저희는 어떤 브라여도 가장 편안한 실루엣을 기본으로 한 뒤 몰드만 다르게 해서 고객 맞춤을 실현하고 있어요.

속옷시장에서 대중화는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2조 규모의 속옷 시장은 대중화된 영역이에요. 디자인과 브랜드 감성이 필요해요. 각자 다른 철학이 있겠지만 소울부스터는 디자인이 아닌 ‘패턴’에 방점을 두고 운영할 것입니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25% 점유율을 만들려고 합니다.

브랜드 인지도 및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어떤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데이터와 과학을 이용하고자 합니다. 저희 제품을 입었을 때 실제 깊이, 각도를 측정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영상으로 촬영해 보여줄 생각이에요. 자극적인 콘텐츠는 되도록 지양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은 없을까요. 국가마다 체형 이슈가 있을 수 있는데요.

한국여성을 대상으로 만든 제품은 어려움이 있을거에요. 하지만 소울부스터는 모든 이의 ‘가슴’을 구조화해서 만들고 있어요. 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여건만 허락된다면 해외진출도 가능하다고 봐요.

오프라인 매장을 여실 계획이 있나요.

온라인으로 쇼핑해도 딱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모토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 별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의 가치관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소울부스터가 앞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인은 뭐라 보세요.

이성적인 서비스를 감성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라고 봐요. 저희는 가슴(흉곽)을 x,y,z축으로 놓고 벌어져 있거나 처져 있음을 정확히 구분합니다. 그렇게 나눠야만 제대로 된 추천이 가능하거든요. 이 부분을 고객이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저희가 브라를 정확히 전달해 고객 만족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바탕으로 소울부스터는 이성적인 서비스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부분이 고객에게 낯선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알리고 학습시켜야 해요. 다만 이성적인 서비스라고 해서 학습을 이성적으로만 할 순 없어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벤치마킹한 트루앤코처럼 다른 기업에서 인수를 제안 받을 수도 있을 텐데요.

여성 속옷 만드는 공장에 가보면 담당자는 대부분 남성이에요. 여성 몸을 아는 분이 만드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유명 속옷 회사 대표도 여성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기업을 팔거나 상장 시킨다 하는 바람보다는 한국에서 제대로 속옷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잘 만든 국내 속옷 브랜드의 여성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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