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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검찰, 병가 중인 내게 컴퓨터 빌려준 조력자 색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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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검찰 게시판에 ‘과거사 재심 무죄 구형’ 건의 글 올린 임은정 검사

경향신문

4년여 전 과거사 사건 공판에서 ‘무죄 구형’을 했다가 중징계를 당한 임은정 검사(43·사진)가 올해 초 검찰 내부게시판에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재심을 권고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먼저 재심을 청구하자고 건의하는 글을 올렸다가 조력자 색출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검사 직권 재심 청구 보도를 접하며’라는 글에서 “2017년 1월20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대검찰청에 과거사 재심사건에 있어 과거사위에서 진실 규명을 결정한 사건이라도 우리가 먼저 재심 개시 청구를 하고 ‘무죄 구형’을 하자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검찰 측은) 병가 중인 제게 누가 컴퓨터를 빌려줘서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줬는지, 그 조력자 색출로 화답했다”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검찰도 좀 바뀌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 설레다가 많이 서글펐다”고 털어놨다.

임 검사는 2012년 12월28일 진보당 간사 고 윤길중씨 재심 사건을 맡았다. 윤씨는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혁신계 인사들에 대한 탄압 수단인 반공임시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의 판결을 받았고, 이후 그의 유족들은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임 검사 직속상관은 검사가 구체적인 형량을 구형하지 않고 재판부 판단에 맡기는 ‘백지 구형’을 지시했지만 임 검사는 무죄를 구형했다. 이후 법무부는 직무상 의무 위반과 품위 손상을 이유로 임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임 검사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임 검사는 1·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은 2년10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과거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받아온 시국사건 6건의 재심을 법원에 청구하며 ‘무죄 구형’ 방침을 밝혔다. 임 검사는 “새로운 지휘부에서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해 울컥했다”며 “이 결단이 검찰개혁의 시발점으로 진정성 있게 실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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