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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공수처 권고안 국회 넘으려면…"검찰과 단절·임용제한 더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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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기성검찰과 관계 단절 방안 미흡

검찰인력 재활용·보은인사 방지 장치 강화해야

뉴스1

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7.9.18/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제1공약이자 국민들의 여망인 공수처 설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는 공수처 설치 법안 외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는 18일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이하 공수처) 권고 법안을 발표했다.

개혁위는 18일 오후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이대로 (권고안이) 국회 통과가 되는 게 제일 좋겠다"며 "국민 여망과 수사 효율성 등을 고려한 최상의 상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던 시민사회는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번 개혁위 공수처 설치 본연의 목적인 수사기관과 정치권의 선긋기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 기성 검찰인력 재활용…'공수처 장악 가능성' 우려도

전문가들은 공수처 성패의 관건은 공수처와 정치권 그리고 기존 검찰과의 관계 단절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고위공직자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 등 무소불위의 권한보다는 ‘정치권과의 유착’ 혹은 ‘제 식구 감싸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의 이번 권고 법안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개혁위 권고 법안은 공수처 처장과 차장 인선 기준이 각각 검찰을 떠난 지 3년과 1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공수처 소속 검사 인선과 관련해서는 아예 이러한 제재 조항조차 두지 않고 있다. 공수처 검사의 경우 바로 어제까지 검찰 소속이었다가 다음날 바로 공수처로 소속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기존 검찰 조직 문화에 순응한 친 검찰 성향의 인사들로 공수처가 채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혁위 역시 공수처가 제2의 검찰조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 개고법안 11조 3항에 "검사의 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공수처 검사로 임명되는 사람은 공수처 검사 정원의 1/2을 넘지 못한다"고 비율에 제한을 뒀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공수처 검사의 1/2은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로 채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공수처와 기존 검찰의 인력교류 등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도 미약하다. 권고 법안은 공수처 검사직을 퇴직 한 후 3년 동안만 검찰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을 개혁위가 수사경험이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기존 검찰 논리를 기반으로 공수처 설치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염두에 두지 않고 공수처 수사인력 대다수를 검찰인력으로 채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검찰 측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탈검찰화 논의에서 볼 수 있듯 법무부 구성원을 일반직 공무원 또는 검사로 할 수 있다고 정해 놓고 검사를 안쁩으면 되지 않냐는 논리를 펼쳐 온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을 낸 참여연대가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이 바로 검사들이 공수처에 들어가면 검사들이 공수처를 다시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며 "공수처가 기존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 즉 '옥상옥'이 될 것을 우려하며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던 금태섭 의원의 주장대로 되어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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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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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후 임용제한 규정 허술 '보은인사' 가능성도

지난 21년간 이뤄진 공수처 설치 논의의 핵심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권력의 힘이 공수처에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번 개혁위 권고 법안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공수처 처장 임명을 위해 별도의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꾸리고 대통령은 형식적 임명만 하도록 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관상 대통령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로 보이지만 법무부장관이 당연직 인사추천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등 간접적 영향력은 계속 될 수밖에 없도록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혁위 권고 법안은 공수처 처장과 차장은 퇴직 후 2년 이내에 대통령 비서실, 대통령 경호처,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 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또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1년 내에 대통령 비서실 직위에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담보하기엔 미흡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성 문제는 공수처 처장, 차장, 검사로 활동하는 동안이 관건이 아니라 임기를 마치고 나서가 실제로 문제가 된다"며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나 다른 기관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는 기간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으로 소폭 개헌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고려해보면 적어도 공무원으로 다시 임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기간을 4년 정도로 잡아줬어야 그와 관련해 다른 여지가 없어지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은 "이번 권고 법안은 공수처 처차장과 검사로 퇴직한 뒤 1~2년만 지나면 대통령 비서실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공무원 임용제한 기간이 너무 짧아 보은 인사 등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임용 제한 기간을 좀 더 늘일 필요성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헌법 40조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며 법을 만드는 것을 국회의 전속 권한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공수처 설치 법안은 국회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개혁위 권고 법안은 말 그대로 '권고적' 성격을 갖고 있을 뿐 권고 법안이 그대로 법률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어떤 최상의 방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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