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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역풍 맞는 사립유치원…학부모들, '감사 촉구 청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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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휴업 철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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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청와대 청원


"회계 감사 촉구"…청와대 청원 2300여명 참여

"부모는 호구고 아이는 인질이냐" 학부모 반발
"자녀에 대한 관심, 정책에 직접적인 의사 표출"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보육 대란을 피한 학부모들이 사립 유치원의 행정 감사를 촉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이들을 볼모로 장사하는 사립 유치원들의 운영 행태를 낱낱이 파헤쳐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청원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립 유치원들의 '명분 없는' 집단 휴원 예고가 부모들의 화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18일 육아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는 '사립 유치원 감사 촉구 청원해주세요', '사립 유치원 회계 감사 제대로 해주세요', '사립 유치원 휴원 반대 청원합시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글 밑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 링크가 첨부됐다. 클릭하면 '국가지원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지금까지 국가지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학부모에게 샅샅이 공개하도록 해달라'는 청원 글로 연결된다. 이 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337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외에도 '유치원·어린이집 회계 외부감사 의무화', '사립 유치원 전수조사를 해 주십시오' 등 사립 유치원 감사를 촉구하는 청원 글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다수 올라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 휴원을 밝힌 이후인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청원운동이지만, 17일 휴원 계획을 철회한 이후에도 청원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한유총의 휴원 예고-철회-번복-철회를 반복한 이후 청원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청원에 참여한 학부모는 "유치원 원장님들에게 부모는 호구고 아이들은 인질인 거냐"며 "국공립 반대는 왜 하고 국가지원금을 받으면서 감사는 또 왜 안 받으려고 하느냐. 내 자식을 돈벌이로 보지 말아달라"고 썼다.

다른 학부모는 "내 아이를 원생으로 받아서 나라에서 지원받는 돈과 내가 추가로 내고 있는 학비를 어떻게 쓰기에 나라에서 지원받는 돈을 재산권 운운하며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단 건지"라면서 "나랏돈을 받지 말든가. 대놓고 도둑질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밖에도 "단돈 1원을 받아도 우리 세금을 받아 운영된다면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 "재정의 투명성은 교육에 있어 반드시 이뤄야 할 선결과제다. 꼭 전수조사해서 학부모들의 의혹을 풀어주셨으면 한다", "국공립 유치원 증설, 사립유치원의 전수조사는 필요하다" 등 사립 유치원의 행정 감사를 촉구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부모들의 청원 운동 움직임은 한유총이 지난 4일 사립 유치원의 집단 휴원을 예고하면서 촉발됐다. 한유총은 정부지원금 확대와 국공립 유치원 원아 비율을 40%로 확대하려는 국정과제를 중단하라며 18일 집단 휴원 방침을 밝혔다.

내막에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지원금을 받는 사학기관의 회계 감사를 강화한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사립 유치원들이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무 회계를 강화하기 전에 2~3년 동안 지도 감사를 하면서 사립유치원의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며 "사립 유치원의 사유 재산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든 후 사립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제안하는 등 합의가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시대와 맞물린 학부모들의 육아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집단적인 움직임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립 유치원들이 자녀들을 볼모삼아 집단 휴원을 예고하자 학부모들이 집단 움직임에 나선 것"이라며 "자녀에 대한 큰 관심이 정부 정책에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과정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교육을 빌미로 국가보조금을 흥정하는 사립 유치원들의 행동에 학부모들이 배신감을 느껴 단체 행동에 나섰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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